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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이 오염된 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허수아비의 땅 | 2009년 4월 28일 화요일 | 하성태 이메일


이 영화, 황량하다. 어떤 목적일지 모를 굿판이 벌어지는 오프닝부터 벌판을 잡은 롱 숏 모두 헛헛하기 그지없다. 그건 한국사회, 더 크게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노경태 감독의 마음의 풍경이요, 그가 창조해낸 세 주요 캐릭터의 목적 없는 발걸음과도 맞닿아 있다. 잠시 잠깐 화해의 순간을 내어 준들 오염된 이 땅은 결코 변할 것 같지 않다. 그렇게 하릴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는 허수아비들의 땅은 황량하다.

<허수아비들의 땅>은 <마지막 밥상>으로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진흥 기구상과 2006년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고, 로카르노, 선댄스,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바 있는 노경태 감독의 두 번째 독립장편 영화다. <허수아비들의 땅> 역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상을 수상한 뒤, 올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부문과 멜버른, 바르샤바, 베오그라드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그리고 최근 칸영화제 ACID(Association for the viewing of independent cinema)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프랑스의 독립영화들을 소개하는 이 섹션에 초청된 것은 <허수아비들의 땅>이 한국 테디베어필름과 프랑스 네온프로덕션의 공동제작이었기에 가능했다. 무언가 예술영화의 기운이 온몸으로 전달된다고? 맞다. 이 영화의 장르는 독립실험영화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지만 너무 주눅들 필요는 없다. 영화는 낯설고 정적이지만 노경태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는 명확히 밝혀 놓았다.

주인공은 이상한 연결고리고 묶여 있는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 그리고 한 명의 트렌스 젠더다. 장지영은 40대의 트렌스젠더이자 아마추어 설치예술가이며, 영안실 시체닦이다. 무료한 일상을 영위하던 그/그녀는 결혼원정단에 합류, 필리핀에서 레인이란 아가씨를 사온다. 로이탄은 필리핀에서 입양된 청년이다. 장지영은 로이탄을 6살 때 입양한 뒤에 나 몰라라 버린 전력의 소유자다. 그런 로이탄과 레인은 우연히 만나 로이탄이 아버지를 찾는 길에 동행하게 된다. 맞다. 이 세 사람은 아주 기묘한 관계로 엮어져 있다.

하지만 예상대로 <허수아비들의 땅>은 그런 유사 가족 관계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 보다 그들이 현재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하다. 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오염과 아이러니다. 영화는 장지영이 변하게 된 계기로 환경오염을 제시한다. 장지영은 쓰레기 매립장 옆에 살았고 그로 인해 몸은 물론 인성에도 변화를 갖게 됐다고 영화는 설명한다. 그래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이 풀 숏으로 잡은 황량한 땅이다. 이 황량함의 정서는 <허수아비들의 땅>을 대변한다. 그건 시골이나 도시나, 필리핀에서나 매한가지다. 이 세 사람이 어디를 가든 텅 빈 화면은 그들을 더욱 더 정체모를 외로움을 환기하는 효과를 배가시킨다. 이 황량함은 이들이 딱히 제3세계의 하층 계급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오염 될 때로 오염된 이 땅은 마치 감독의 전작 <마지막 밥상>과 같이 화성으로 떠나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없어 보이는 그런 현대사회의 알레고리일 뿐이다.

이 모순에 찬 공간을 그리는 방식 또한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다. 일례로 장지영이 무당을 만나는 장면을 보자. 자신이 다시 남자가 될 수 있게 해달라는 물음에 무당은 얼토당토않은 답을 내놓고, 로이탄은 자신의 양아버지를 찾게 해 달라며 또 그 무당을 찾아 간다. 뜬금없고 파편화된 내러티브지만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종교(샤머니즘)과 미디어와 병원(더 폭넓게 국가)이 모두 버림받은 이 세 사람의 헛헛함을 <허수아비들의 땅>은 직시하고 응시한다. 그리고 그러한 외로움은 바다 건너 필리핀에서 당도한 레인과 역으로 입양된 로이 탄에게 전이된다. 아무리 순백의 공간을 마련해 로이탄과 레인이 서로를 보듬어 안는 순간을 마련해 준다 한들, 오염된 땅에서 그들이 근본적으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해답이 없는 오염의 공간에서 그들일 할 수 있는 방법은 끊임없이 자기에 대해 묻고, 아버지를 찾고, 가족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일 뿐이다. 그것이 헛된 일이냐고? 아마도 <허수아비들의 땅>은 우리 모두가 그러한 순환의 구조 속에 놓여 있다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이 오염되어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노경태 감독은 시종일관 롱 테이크와 파편화된 숏들을 통해 그런 사유와 성찰의 시간을 내어준다. 이 <허수아비들의 땅>가 마주하기 쉽지 않다면 그러한 주제와 형식이 느슨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2009년 4월 28일 화요일 | 글_하성태(무비스트)




-<마지막 밥상>을 흥미롭게 봤던 그 소수의 관객들.
-인디스페이스의 단골손님들, 모두 모여라!
-가끔 이런 낯선 사유의 시간도 필요한 법!
-예술과 실험이란 단어에 벌써 마우스를 드래그하는 당신!
-베를린과 칸 영화제라니, 머리가 아파온다고?
13 )
kwyok11
오락성은 3 이네요   
2009-04-29 07:22
gaeddorai
재미는 무지게 없다보군요   
2009-04-29 01:37
mooncos
제목은 마음에 드는데   
2009-04-29 01:21
wjswoghd
약간 어려운듯..   
2009-04-28 18:44
ldk209
허참.. 흥행성 3이라.   
2009-04-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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