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바를 사랑하는 초등학교 선생 피오나(피오나 고든)와 돔(도미니크 아벨)은 본업 보다 춤에 열정을 쏟는 부부다. 매번 주말에 열리는 댄스 대회를 위해 방과 후에도 열심히 연습한다. 우여곡절 끝에 우승을 하며, 기쁜 마음을 안고 집으로 향하는 그들. 그러나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를 당한다. 피오나는 다리를, 돔은 기억을 잃는다. 이때부터 그들의 불행은 도미노처럼 계속된다. 정상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해 학교에서 쫓겨나며, 실수로 생긴 화재 때문에 집을 잃는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둘은 생이별을 맞는다.
<룸바>는 주인공을 통해 행복과 불행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진리를 보여준다. 그들에게 춤을 출 수 없는 현실은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는 불행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불행의 뒷면에는 행복이 숨겨져 있듯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피오나와 돔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다 타 없어진 집에서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돔, 걷기가 힘들어도 미소 짓는 피오나를 통해 관객은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얻는다.
영화 속 유쾌함은 그들의 몸짓으로 표현된다. <룸바>는 무성영화에 자주 등장한 슬랩스틱을 차용한다. 부루노 로미감독과 함께 공동 연출, 각본, 주연을 맡은 도미니크 아벨과 피오나 고든(실제 부부이다)은 지금까지 4개의 풍자극과 비주얼 쇼를 이어나가고 있는 배우들이다. 슬랩스틱의 과장된 모습과 그 안에 담겨진 풍자는 연극을 전공한 그들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된다. 그 결과 간단한 대사 이외에는 찰리채플린과 버스트 키튼의 무성영화처럼 몸짓과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의 제목인 <룸바>가 무색할 정도로 피오나와 돔은 춤을 가장한 율동을 보여준다. 그러나 음악에 맞춰 흔드는 몸부림에 사랑의 감정이 담기면서 춤보다 아름다운 동작을 만들어 낸다. 이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카메라는 인물의 동선을 따라가지 않는다. 다만 고정되어 있는 화면을 유지하며 그들의 몸짓만을 보여준다. 특히 세 번의 댄스 장면에서 감독은 카메라를 통해 인물들의 감정을 살리며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더불어 강한 원색들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한 몫을 담당한다.
<룸바>의 음악은 대사를 대신하며 주인공들의 감정을 전달하는 요소로 쓰인다. 1950년대 쿠바 음악을 시작으로 푸에르트리코, 멕시코의 음악 등 6곡으로 이루어진 삽입곡들은 개성강한 멜로디를 선사한다. 특히 그림자 댄스 장면에서 나오는 ‘Tabu’는 쿠바 음악의 경쾌함과 슬픔을 동시에 전하고, ‘Obsesion’ 는 영화의 엔딩곡으로 둘의 행복을 염원하는 감미로운 선율을 들려준다.
영원한 행복도 불행도 없다. 피오나와 돔처럼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 다리가 불편해 쉽게 다가가지 못하더라도, 기억을 잃어 버려 누군지 모르더라도 괜찮다.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끝내 서로 만나 새로운 스텝을 밟아 나갈 것이다.
글 : 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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