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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쿠바에서의 음악은 쿠바인들의 삶이다
하바나 블루스 | 2009년 9월 14일 월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2006년 전주국제영화제 ‘불멸의 밤 2 - 음악의 밤’ 섹션을 통해 상영됐던 <하바나 블루스>가 3년 만에 극장에 걸린다. 당시에도 제법 상업성이 보였던 작품이긴 했지만, 쿠바 영화라는 낯섦과 음악 영화라는 외피는 그다지 많은 관객과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우려를 오롯이 장점으로 바꾸어 놓는다. 평소 잘 들어보지 못한 흥겨운 쿠바 음악이 영화 전체에 흐르고 하바나라는 특정한 도시의 낯선 매력이 영화의 신선함을 더 한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인 루이(알베르토 요엘)는 가난한 뮤지션이다. 음악에 빠져 콘서트를 여는 것이 꿈이지만, 현실에서는 돈벌이가 시원치 않아 부인에게 얹혀사는 가난한 가장일 뿐이다. 왕년에 가수였던 할머니와 함께 사는 티토(로베르토 산마르틴) 역시 음악에 인생을 걸었다. 오랜 친구인 둘은 밴드를 만들고 콘서트를 준비하다가 스페인에서 거물급 기획자가 가수를 뽑으러 왔다는 소식에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다가선다. 루이는 중년의 여제작자와 잠자리까지 하며 결국 그들의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지만 노예계약과도 같은 계약서로 인해 파국을 맞는다. 루이는 자존심과 조국을 팔아가면서까지 음악을 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지만, 티토는 부와 명성을 가져다 줄 든든한 제작자와 음악을 하겠다며 루이와 다툰다. 하지만 오랜 시간 준비했던 콘서트를 위해 다시 모인 두 사람은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공연이라는 생각에 열정을 받친다.

<하바나 블루스>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음악이 주된 역할을 하는 영화다. 베니토 잠브라노 감독은 쿠바의 전설적인 록그룹의 콘서트에 갔다가 <하바나 블루스>의 이야기를 떠올려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완성했다.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음악영화와는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 음악 자체에 대한 분석적 접근도 아니고, 음악을 통해 꿈을 이뤄내는 승리의 드라마도 아니다. <하바나 블루스>에서 음악이란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엔 쿠바라는 지역적인 특색과 사회적인 상황이 전제가 된다. 그래서 영화는 음악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루이와 티토의 삶, 혹은 쿠바에 사는 모든 이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 이유로 <하바나 블루스>는 쿠바의 정치적인 상황이나 경제적인 문제에 저돌적으로 다가서지는 않는다. 음악을 통해 힘겨운 삶과 억압된 사회를 관통해보자는 것도 아니다.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음악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는 뮤지션들을 내세우고 있지만, 음악을 성공으로 향하는 도구로 사용하거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으로 삼지도 않는다. 쿠바인들에게 음악이란 생활 그 자체다. 음악을 통해 아픔을 견뎌왔고, 국가의 위기를 극복해 왔다. 영화는 이러한 쿠바 음악의 자긍심에 도시 자체가 주는 매력과 최근 떠오르는 쿠바 음악의 새로운 경향까지 담아냈다.

영화 속에서 루이와 티토는 자신들이 부르는 노래에 하바나나 쿠바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비록 정치적인 혼란과 사회적인 혼돈을 노랫말로 만들어 목청 높여 부르지만, 그들의 노래에는 반항이나 저항보다는 쿠바에 대한 애정이 더 배어있다. 루이가 마지막에 쿠바를 버려야하는 계약에 분노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정서 때문이다. 영화는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 쿠바의 정치적인 상황을 그린다. 루이의 아내는 밀항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갈 계획을 세우고, 국가가 오래된 공연장을 폐쇄하는 등 국민들의 문화생활을 침해한다. 또 꼬마가 할머니에게 ‘동무’라는 표현을 쓰는 등 쿠바의 현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쿠바 음악이라고 하면 빔 벤더스 감독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떠올린다.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통해서 쿠바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하바나 블루스>는 음악을 전면에 내세우는 영화가 아니다. 가끔은 음악을 통해 인물들의 심경을, 쿠바의 현실을, 꿈과 이상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결국 영화는 두 인물과 쿠바에서의 삶에 무게를 싣는다. 할머니를 버리고 쿠바를 떠나는 티토와 가족을 밀항시키면서까지 쿠바에 남아 쿠바 음악을 하겠다는 루이. 이 둘을 두고 옳다 그르다의 판단을 할 수는 없다. 결국 그것은 현재 쿠바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향하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쿠바를 떠나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자신들의 뿌리인 쿠바와 쿠바가 준 정신적 소양을 지키며 살아가겠다는 마음이 끊임없이 충돌한다.

2009년 9월 14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흥겨운 쿠바 음악에 잔뜩 취해보자
-누구나 어려운 시기를 겪는다. 하지만 해결 방법은 모두 다르다
-낯선 영화가 주는 매력
-쿠바라는 국적에 정치적, 사회적인 선입견이 강하다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의 다소 아마추어적인 연기
-영화제 상영작이라면 왠지 부담스럽다
15 )
ooyyrr1004
오호라 쿠바음악   
2009-09-15 11:46
kwyok11
음악은 쿠바인들의 삶이다~~   
2009-09-15 06:46
skdltm333
기대되는 작품이에요~   
2009-09-15 00:37
mooncos
아마추어적 연기란 무엇이지요?ㅋㅋ   
2009-09-14 23:38
gaeddorai
쿠바라는 국가 이름만 들어도 벌써 들썩   
2009-09-14 22:13
justjpk
쿠바의 음악이라.. 멋진 음악영화가 하나 더 나온건가~~   
2009-09-14 20:21
bjmaximus
쿠바 영화라.. 쿠바하면 야구가 떠오른다는.   
2009-09-1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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