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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용두사미가 되어 버린 로맨틱 코미디
러브 매니지먼트 | 2009년 12월 29일 화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지 않은 아리조나의 한 모텔. 그곳에서 야간 매니저로 일하는 마이크(스티븐 잔)는 오로지 무료한 일상에서 탈출만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아리조나로 출장을 온 수(제니퍼 애니스톤)를 보고 한 눈에 반한다. 그날 밤 와인을 주러 왔다는 핑계로 작업을 거는 마이크. 하지만 도도한 커리어 우먼 수에게 그의 어설픈 작업은 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작업을 거는 마이크가 귀찮은 수는 다시는 치근덕거리지 않는 다는 조건으로 딱 한번 자신의 엉덩이를 만질 기회를 준다. 그 날 이후 점점 자신들도 모르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단 한번의 터치로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문구를 앞세운 <러브 매니지먼트>는 현실감 없이 첫눈에 반해 사랑을 이루는 여타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는 다르게 시작한다. 영화는 사랑보다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부모님이 경영하는 모텔에서 무의미하게 일하는 마이크. 남들에게는 이 모텔이 한 조각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이지만, 그에겐 창살 없는 감옥과도 같다. 하지만 막상 이곳을 떠나 뭔가를 해보겠다는 꿈도 의지도 없는 그는 밤마다 카운터를 지킨다. 커리어 우먼인 수도 마찬가지다. 갤러리 세일즈가 직업인 수는 하루의 일과가 계획으로 채워져 있다. 오전 9시 출근에 오후 5시 퇴근, 6시에는 운동, 8시는 사회봉사활동. 이렇듯 겉으로는 알차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녀의 계획적인 삶은 보이지 않는 족쇄와도 같다. 그러나 더 나은 삶을 위해 일탈에 대한 꿈조차 꾸지 않는다.

영화는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그들의 속내를 보여주면서 서서히 사랑에 물들어가는 주인공들을 주시한다. 한 번의 터치로 인해 그녀가 자신의 연인임을 직감한 마이크는 수가 살고 있는 메릴랜드로 무작정 찾아간다. 하지만 사랑도 계획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수는 그의 방문을 반기지 않는다. 이에 마이크는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편지와 전화 메시지를 통해 사랑을 고백한다.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려는 그의 노력에 수는 점점 자신의 마음을 연다. 영화는 갑자기 찾아온 사랑 앞에서 머뭇거리는 수의 모습을 통해, 단숨에 러브홀릭에 빠져버리는 로맨틱 코미디 캐릭터들과는 달리 현실성을 부여하며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하지만 이 모든 장점은 초반에만 해당된다. <러브 매니지먼트>는 첫 단추를 잘 끼웠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단추를 잘못 끼우거나 아예 구멍을 찾지 못한다. 중반 이후 등장하는 수의 남자친구 장고(우디 해럴슨)는 자칫 단조롭게 풀릴 수 있는 멜로 라인의 갈등 요소로 삽입됐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펑크족이면서 자신의 세계가 강한 그의 요란한 캐릭터는 초반 아기자기 했던 사랑 이야기와 부합되지 않는다. 아무리 <러브 매니지먼트>가 로맨틱 코미디를 지향하고 있다 하더라도 개연성 없이 재미가 우선으로 된 캐릭터의 등장과 이야기의 흐름은 영화의 맥락을 끊어 놓는다. 또한 그녀와의 사랑에 실패하고 우울한 심신을 달랜다며 갑자기 절로 들어가는 마이크의 행동과 사랑의 감정을 극대화 하기 위해 껴 맞춘 듯한 마이크 아버지의 베트남 참전 이야기는 영화의 흡입력을 떨어뜨린다. 결과적으로 감독의 연출력 부족으로 영화는 초반 추진력을 계속해서 이어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다만 영화의 두 주인공인 제니퍼 애니스톤과 스티브 잔의 연기는 눈 여겨 볼만하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브레이크 업 – 이별후애> 등 여타 로맨틱 코미디에서 웃음을 전했던 제니퍼 애니스톤은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일에 철두철미한 커리어 우먼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그녀는 여유 없이 살아가는 오늘날 여성들의 한 단면을 잘 표현해 내며, 단순히 로맨틱 코미디에만 국한되지 않은 색다른 연기를 보여준다. <사하라> <악마 같은 여자> 등으로 주로 코믹 연기가 돋보였던 스티브 잔은 전작과는 달리 거품을 뺀 코믹연기로 재미를 더한다. <너는 내 운명>의 황정민 보다는 덜하고 <색즉시공>의 임창정 보다는 더한 그의 바보 같은 순애보 연기는 연민의 정을 불러 일으키며 묘한 매력을 풍긴다.

2009년 12월 29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퀸 제니퍼 애니스톤이 나온다면 무조건 무조건이야!
-한 번에 타오르는 사랑이 아닌 점점 물들어가는 사랑이 마음을 이끈다.
-매번 사랑에 실패하는 당신이여! 단 한번의 터치로 사랑을 이룰 수 있으리~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은 암울하다.
-사랑이야기도 바쁜 와중에 불교의 미덕과 베트남 전쟁 소재는 왜 나오는 걸까?
-감독의 연출 욕심이 화를 부른다.
11 )
mooncos
딱 중간이군요   
2009-12-31 00:06
ooyyrr1004
용두사미스런 영화 실망감이 크다는   
2009-12-30 15:56
bjmaximus
딱 그저그런 별점이네   
2009-12-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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