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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에 진학한 살바도르 달리(로버트 페티슨)는 남다른 예술적 능력과 사고방식으로 동료들의 관심을 불러 모은다. 동료들 가운데 훗날 스페인의 거장 시인으로 사랑 받는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하비에르 벨트란), 영화감독으로 명성을 떨치는 루이스 부뉘엘(매튜 맥널티)과 가깝게 지낸다. 그러나 그들의 만남도 잠시, 스페인은 점점 혼란에 빠지게 되고, 진보 성향이 강했던 부뉘엘은 프랑스로 떠난다. 스페인에 남은 달리와 로르카는 그림과 시를 통해 예술적 교감을 나누게 되고 점점 우정을 넘어 사랑으로 발전하게 된다.
<리틀 애쉬: 달리가 사랑한 그림>은 20세기 초현실주의 작가로 유명한 살바도르 달리를 주인공으로 그의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스페인의 거장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감독은 그들이 주고받은 수많은 편지와 함께 실제 죽기 직전에 로르카와의 깊은 관계를 밝힌 달리의 고백을 담은 자서전을 통해 영화화 하기로 결정했다. 영화는 두 개의 커다란 골자를 기둥으로 허구적인 이야기를 첨가했다. 문화, 예술을 억압하는 불안한 시대를 배경으로 그들의 애달픈 사랑이 펼쳐진다. 자유롭게 예술활동을 펼치지 못한 그들은 점점 사회적 일탈을 꿈꾸고, 동시에 유일하게 예술적 소통을 나눌 수 있었던 달리와 로르카는 자신도 모르게 점점 헤어나올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종교적 잣대는 그들에게 안타까운 이별을 안겨준다.
이들의 사랑과 이별을 중심으로 펼쳐나가는 <리틀 애쉬: 달리가 사랑한 그림>은 실제 인물들이었던 살바도르 달리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그리고 루이스 부뉘엘의 등장과 그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저마다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는 열망으로 가득찬 그들. 오늘날 각각의 예술 분야에서 거장으로 불리는 세 인물의 청년 시절 모습은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달리의 ‘Little Ashes(리틀 애쉬)’는 실제 로르카에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제목은 로르카가 직접 지어주었는데, 그들의 사랑을 부각시키기에 적합한 그림으로 영화에 쓰였다. 또한 로르카가 직접 쓴 ‘살바도르 달리에게 바치는 송가’는 말 그대로 달리를 향한 로르카의 마음을 표현한 시로 이별의 애절함을 더한다. 이 밖에도 루이스 부뉘엘이 만든 초현실주의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초현실주의 작가로 독특한 작품을 남긴 살바도르 달리를 주인공으로 하기에 영화는 다소 평범한 멜로에 집착한다. 물론 영화는 달리의 인생 모두를 담은 전기 영화가 아닌 남몰래 숨겨왔던 로르카와의 사랑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로르카를 좋아하는 여자의 등장에 질투하고, 영원한 사랑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달리. 이로 인해 영화 속 달리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뇌했던 예술가의 모습보다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고통 받는 사춘기 소년의 모습으로만 등장한다. 영화는 달리가 사랑의 아픔을 근원으로 작품 세계를 펼쳤다는 뉘앙스를 풍기지만 바로 그들의 러브스토리로 되돌아가기 바쁘다. 살바도르 달리 역을 맡은 로버트 패티슨은 후반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린 달리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평범한 러브라인에 휩쓸려 제대로 자신의 연기를 보여주지 못한다. 결국 그들의 사랑에 집중한 영화는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살바도르 달리를 너무나 단선적인 이야기에 가두고 만다.
2010년 1월 12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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