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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입체영화 시장, 위기이자 기회
영진위 3D 입체영화 토론회 | 2010년 2월 10일 수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그동안 한국의 영화산업에서 3D 입체영화라는 말은 낯선 단어였다. 꾸준히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들과 맞서고 있는 현실에서도 매체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제기되지 않았다. <치킨 런> <베오울프> 등이 개봉되던 때에도 그랬고, <블러디 발렌타인> <업> 등이 개봉되던 최근에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미국에서 <한나 몬타나와 마일리 사이러스>와 같은 3D 콘서트 영화가 초대박을 기록할 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3D 입체영화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절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바타>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미국 역대 흥행 1위에 오른 <아바타>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시장을 호령했다. 국내에서도 외화로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그 상승세가 여전히 이어며 역대 1위까지 노리고 있다. 이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3D 입체영화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3D,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인 흐름

<아바타>는 세계 영화 역사에 확실한 획을 그었다.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는 영화들이 이후에도 회자되는 것과는 급이 다르다. <아바타>가 ‘최초’의 3D 입체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3D 입체영화라고 하면 <아바타>로부터 그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아바타>가 회자될 이유는 확연하게 드러난 성과 때문이다. 비단 <아바타>의 성공이 오로지 3D 입체영화였기 때문만은 아니지만, 전 지구적으로 새로운 문화를 전파했다는 혁혁한 공은 인정할 만하다. 영화의 파급력은 그 어떤 매체보다 빠르다. 과거 선동영화로서의 역할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전 세계 동시 개봉은 하나의 문화를 일순간 퍼뜨릴 수 있는 막강한 힘이다.

3D 입체영상이 영화만의 얘기는 아니다.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2010)에서도 3D는 최고의 화두였다. 삼성, 소니, 파나소닉, LG 등 디스플레이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들이 2010년을 3D 디스플레이 보급의 원년으로 삼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3DTV 및 디스플레이 시장의 경우, 2010년 640만대에서 2012년 1800만대로의 증가가 예상된다. 이에 맞춰 3D 입체 콘텐츠와 극장 상영 시스템도 수를 늘려가고 있다. 2010년 3D 입체영화는 20여 편이 개봉될 예정이며, 이에 맞춰 미국내 3D 스크린도 현재 7,000개에서 2013년 15,000개로, 국내 역시 2009년 120개로 5% 정도이던 3D 스크린이 2010년에는 20%로 대폭 늘어날 것이다. 콘텐츠 역시 스포츠나 콘서트 등 다양화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수치적인 증가만은 아니다. 미국은 스티븐 스필버그, 피터 잭슨 등 흥행의 마술사들이 3D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해리 포터> 시리즈나 <트랜스포머> 시리즈 등이 3D로 제작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쿵푸팬더 2> <슈렉 포에버>와 같은 인기 애니메이션은 3D 입체영화로 제작이 완료됐으니, 블록버스터와 3D 입체영화의 결합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또 휴대폰을 통한 모바일 문화도 3D 입체영상에 한 축을 담당할 것이며, 방송 콘텐츠도 2010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과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같은 굵직한 대회들이 3D로 중계될 예정이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콘서트와 오페라 등의 공연과 다큐멘터리 등도 3D 입체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3D 입체영상을 향한 국내의 기술력

할리우드는 지난 5년간, 3D 입체영상에 대한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관련 업계와 꾸준한 소통을 벌이고 있다. 초기부터 체계를 잡기 위함이었고, 이러한 노력은 <아바타>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물론 한 편의 영화로 3D 산업 자체가 자리를 잡았다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이는 충분한 도화선 역할은 해냈다. 막연했던 3D 입체영상의 성과에 가능성을 확인한 이후,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와 3D 업계들은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 수치적으로 2~3년 정도 뒤쳐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시작조차 못한 단계이기 때문에 정확한 현실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에서 3D 입체영화에 대한 가장 큰 부담은 경험의 부재다. 영진위가 지원한 최익환 감독의 3D 입체 단평영화 <못>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된 작품으로, 현재 많은 실무자들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제작 환경 자체가 열악했고, 스탭들의 경험이 전무한 상태였기 결과물만을 보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3D 입체영화를 제작하려는 제작사들이 가장 고민스러워하는 부분도 이 부분이다. 각자의 노하우는 있지만, 실질적인 제작 경험이 없어 시작조차 부담스럽다는 것. 할리우드도 경험했던 초기 대자본의 투입문제도 그렇고, 촬영에 대한 경험이 적기 때문에 현장 운영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3D 입체영화의 기획이나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데, 이에 대한 차별화된 전략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국내 CG의 높은 기술력이다. 이미 2D를 3D로 전환하는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스테레오 픽처스 코리아는 워너브라더스와 함께 컨버팅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영화에서 CG에 대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환경에서의 작업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아직 제작은 물론 편집이나 합성, 변환 등의 직접적인 3D 작업 경험은 없지만, 그동안 쌓아온 CG의 높은 기술력은 보다 빠르게 3D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제작뿐 아니라 관람 환경에서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다양한 테스트와 기술적인 접근을 통해 어지럼증이나 휴먼팩트 등의 문제들을 바로잡아 개선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환경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현장의 도제 시스템이나 학교에서의 예술 교육이 위주가 됐다. 하지만 최첨단 디지털 영상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전문적인 교육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학계, 현장 영화인들의 협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기술력에 있어서도 학문적인 성과보다는 제작과 연결될 수 있는 실질적인 것이어야 한다. 기술 개발과 함께 신경을 써야할 부분은 인재 양성이다. 아직 초보적인 단계인 우리나라의 3D 영상문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해외 파견, 시스템 정비 등을 통해 보다 주도면밀한 시스템 확립이 중요하다. 이러한 토대를 바탕으로 아시아 최대의 CG 제작기지구축을 이뤄내야 하며, 3D 영상시장 본격 진출을 위한 전략과 함께 현장과 학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분산된 관련 업계를 하나로 묶는 것도 필요하다.

3D 입체영상 시대를 향한 국내 업계들의 생각

비록 집중적으로 3D 입체영상에 관심을 가진 할리우드보다는 느리지만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 특히 3D 입체영상 관련 업계들이 다방면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실제 제작을 준비하고 있는 곳도 많다. 영화와 방송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동시다발적인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컨텐츠 개발이다. 카메라와 리그의 개발, 3D 입체영상 제작에 맞는 작업 환경 조성 등 하드웨어 역시 보강해야 할 부분이지만, 소비될 컨텐츠가 없다면 산업의 부흥을 이끌기 어렵다. 특히 영화에서는 3D 입체영화에 걸 맞는 기획과 시나리오의 발굴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3D 입체영화 역시 영화라는 테두리 안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3D를 위한 영화가 아니라 영화를 위한 3D다.

국내에서 3D 입체영화에 대한 전망을 쉽사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아바타> 이전의 3D 입체영화들이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관객의 반응이다. 기술을 위한, 원론에 입각한 3D 입체영상은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할 확률도 높다. 하지만 풀 3D 실사 영화를 준비하는 제작사에서도 방법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 7광구>를 준비 중인 김남수 PD는 “제작 공정의 세부 사항을 경험해 보지 못한 탓에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시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런 상태로 작업을 시작할 경우 시행착오를 통한 초기 거대자본의 투자가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3D 입체영상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실사보다는 애니메이션의 비중이 높다는 점과 <아바타>의 흥행이 3D 때문이 아니라는 견해다. 일부분 동의하는 부분도 있지만, 3D 입체영화라는 플러스알파를 간과할 수는 없다. EON 정성진 대표의 “CG 부분에서 3D 입체영상은 메인 요리가 아닌 양념”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전체적인 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어 보인다. 초기 단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요즘과 같은 시기가 더 좋은 기회다. 컨텐츠의 경우, 영화는 물론 방송으로까지 진출해야 하고, 기술력은 할리우드와 함께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밀려날 수 있는 위기”라는 것이 빅아이엔터테인먼트 최용석 대표의 주장이다.

하지만 직접 제작을 하거나 기술력을 투입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가 이루어질 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며, 특화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전문 인력 양성이 절실하다. 제작의 경험이 없고, 기술에서도 후발주자라면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3D 입체영상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 또한 컨버팅 기술과 같이 2D와 3D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방향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거듭되는 영진위 주최의 3D 토론회는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계단에도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관계자가 참석했지만, 산업이라는 체계를 만들어 적합한 방향으로 사업을 유도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많은 얘기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산된 3D 관련 업계를 하나로 모으고, 소통할 수 있는 기구의 출현이 필요하다.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방면의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에서의 3D 산업에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제 막 경쟁이 시작됐을 뿐이다. 탁상공론만으로는 달라질 것이 없다. 실질적인 행동으로 효과적인 지향점을 만드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모든 일은 시작이 중요하다.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우선이다.

2010년 2월 10일 수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26 )
konan86
어떻게 만드는건지 궁금하네요   
2010-02-11 01:21
gidso1
잘 보고 가네요   
2010-02-10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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