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관람안내! 우리 주변에 다양한 좀비가 산다
이웃집좀비 | 2010년 2월 16일 화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좀비영화는 우리나라에서 낯선 장르다. 장르영화 붐이 일고 있지만, 여전히 탄탄한 이야기에 의존하는 스릴러나 캐릭터 영화에 국한된 편이다. 특히 좀비영화처럼 이야기적인 재미보다는 장르 자체가 주는 쾌감의 영화는 한국의 관객들에겐 낯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토대에서 좀비를 전면에 내세운 좀비영화가 등장했다. 하지만 할리우드가 반복 생산해왔던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그보다는 조금 더 인간적이고, 조금 더 색다른 시선이 담겨 있다.

2010년 서울, 전 세계적으로 퍼진 좀비 바이러스가 서울 전역을 강타한다.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들을 사살하기 시작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외출을 삼가하고 집 안에만 있거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생명을 연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좀비 바이러스의 백신이 나오고 이를 통해 감염자들은 인간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사람을 먹었던 기억이 있고, 이들로 인해 가족을 잃은 자들의 복수가 시작된다. 세상에 다시 편입될 수 없는 ‘돌아온 인간들’은 새로운 벽에 부딪힌다.

<이웃집 좀비>는 거창한 좀비영화는 아니다. 좀비라는 소재를 내세워 장르적인 성격을 갖추고 있으나 살아남기 위해 좀비를 죽이며 탈출을 감행하는 유의 영화가 아니다. 좀비라는 특성을 살리고 있지만, 그보다는 주변의 좀비들과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또한 좀비를 바이러스로 규정하고 치료된 이후 상황을 담아낸 것도 인상적이다. 단순히 머리를 날려버려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다르지만 여전히 인간’이라는 기본 개념으로 이들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영화는 크게 6가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집 안에만 사는 오타쿠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돼 자신의 몸을 먹는 이야기,(틈사이) 좀비로 변한 엄마를 위해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먹이는 딸 이야기,(뼈를 깎는 사랑) 사랑하는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자 따라서 좀비가 되는 여자 이야기,(도망가자) 백신을 둘러싼 음모,(백신의 시대) 치료를 받고 인간으로 돌아온 좀비들이 당하는 차별과(그 이후... 미안해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하나의 시나리오로 작성 중인 감독의 모습도 있다.(폐인킬러) 중심 이야기 중간 중간 도시 전체가 바이러스에 물드는 모습과 좀비와 인간들의 쫓고 쫓기는 브릿지도 들어있다.

<이웃집 좀비>가 인상적인 이유는 열악한 제작 환경과 좀비 장르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과감하게 시도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좀비 자체에 치중하기보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치료 이후에도 여전히 세상에 편입될 수 없는 현실들을 다룬다는 점도 독특하다. 사람을 물어뜯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이고, 피를 질질 흘리며 추격전을 벌이는 등의 장르적인 쾌감은 부족하지만, 미묘한 감정 표현이나 뜻밖의 상황에서 터지는 웃음 등은 이 영화만의 매력이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2천만 원이라는 초저예산과 옥탑방이라는 한정된 공간, 연출은 물론 프로듀서, 미술, 분장, 연기 등 다양한 역할을 해야 했던 상황으로 인해 만족스러운 장면을 만들어내지는 못 했다. 장소에 맞춰야 하는 카메라 앵글은 클로즈업을 남발하고, 좀비로 변한 연인, 좀비로 변한 엄마라는 아이디어 역시도 평범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분장의 완성도나 좀비를 바이러스로 인식해 진행되는 이야기는 신선하다.

<이웃집 좀비>는 우리나라 좀비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장르나 영역을 개척함으로서 또 다른 좀비영화가 나올 수 있는 토대는 마련한 셈이다. 적은 예산과 힘든 제작 여건에서의 고군분투로 완성된 작품이지만, 좀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남는다. 제작비의 한계를 뛰어넘을 기발한 아이템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2010년 2월 16일 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한국형 좀비영화의 도전
-2천만 원의 예산으로 만들어낸 완성도
-좀비를 바이러스로 설정하고 해석하는 능력은 돋보인다
-연인이나 엄마가 좀비로 변하는 상황은 식상하잖아?
-저예산의 티가 물씬 풍기는 비주얼이 간혹 등장한다
-아이디어로 승부하기에는 조금 모자라는 좀비 아이템
24 )
norea23

잘봤습니다   
2010-02-17 11:13
ldh6633
잘 봤습니다~   
2010-02-17 10:40
bjmaximus
어쨌든 한국 좀비 영화라 신선하긴 하네   
2010-02-17 10:39
gaeddorai
독특한걸요?   
2010-02-17 09:35
mooncos
그래도 새로운시도   
2010-02-17 09:21
loop1434
기대   
2010-02-17 09:15
skdltm333
과연...   
2010-02-17 06:55
seon2000
잘봤어요   
2010-02-17 02:15
1 | 2 | 3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