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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바짝 차리고 살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현대사회. 그 강박관념을 견디다 못해 가끔은 정신을 풀어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생긴다. 그러나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속내를 쉽게 드러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좀 더 잘 살기 위해, 좀 더 인정받기 위해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 현대인들. 일본의 지방도시 오카야마에는 정신과 의사 야마모토 마사토모가 설립한 코랄 오카야마 병원이 있다. 야마모토 박사와 자원 봉사자, 재택 도우미들이 운영하는 병원에는 정신적인 문제와 재정적인 문제를 껴안고 사는 환자들이 찾아온다. 누구는 거식증, 누구는 대인공포증, 누구는 조울증, 또 누구는 심각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오랫동안 정신장애 문제를 취재해온 저자가 ‘베델의 집’이라는 정신장애인 공동체를 소개한 르포다. 이후 ‘베델의 집’에 소속된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풀어놓은 책도 지난해에 나왔지만, 먼저 이름을 알린 건 이 책이다. ‘베델의 집’은 일본 홋카이도 우라카와라는 작은 바닷가 동네에 있는 공동주거구역이다. 피해망상증이나 환청, 환각을 동반하는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이곳에 모여들면서 공동생활이 시작됐다.
정신병원이라는 민감한 곳에서 3일 동안 환자들의 모습을 담아낸 <멘탈>은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를 떠올리게 하는 다큐멘터리다. ‘베델의 집’이 표방하는 것은 ‘정신장애인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관리되거나 지배받지 않으며, 스스로 사회와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는 신념으로 생활한다. 심지어 이들은 작업장을 만들고 회사를 설립,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팔며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일반적인 병원과 다르게 시골의 어느 평화로운 가정집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코랄 오카야마 병원도 일견 비슷한 구석이 많다. 환자들은 우유를 배달하는 ‘파스텔 우유배급소’와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공급하는 ‘미니 코랄 식당’에서 일하며 조금씩 사회를 향한 새로운 발걸음을 연습한다.
<멘탈>의 소다 카즈히로 감독은 관객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설파하지 않는다. 그저 환자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환자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병원으로 오게 됐는지를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한다. 그들의 말에서 드러나는 건 보통 사회가 정신장애인을 대할 때 그들의 ‘장애성’에만 집중해 얼마나 고정관념을 갖고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대부분 정신 장애인들은 복지와 행정의 틀 안에서 치료받고 통제받아야만 하는 사람들 취급을 받는다.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정신장애인 대다수는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수용된다. 오카야마 박사는 환자들이 병실에 갇히지 않고 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려 하지만, 재정난에 허덕이는 중앙 및 지방정부는 관련비용과 기금, 서비스를 축소하고 있다.
‘베델의 집’에는 ‘올라가려는 삶을 버리고 아래로 내려가는 삶을 지향하자’는 독특한 캐치프레이즈가 있다. <멘탈>에서 “√9(루트 9)는 ±3. +3도 맞다. -3도 맞다. 다른 사고방식, 다른 의견일지라도, 양쪽 다 맞는 것도 있다”는 어느 환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영화는 사회가 정신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두면, 그들도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부딪치며 스스로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진정한 장애는 신체적 불편함이나 병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편협한 마음과 사고 자체에 있다는, 담담하고 평범하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진리다. <멘탈>은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워낭소리>와 함께 PIFF 메세나상을 받았고, 2009년 두바이 국제 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했다.
2010년 4월 7일 수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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