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그러니까 제목부터 요상한 이 영화, <우리들과 경찰아저씨의 700일 전쟁>은 ‘개인의 취향’이 크게 반영될 B급 코미디란 얘기다. 영화는 18개월 동안 블로그 접속 랭킹 1위를 차지했다는 일본 블로거 ‘마마라치’의 연재소설을 기반으로 했다. 인터넷의 인기를 스크린으로 끌어 온 이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공부의 신>의 일본판 감독 츠카모토 렌페이. 드라마의 인기를 타고 개봉하는 영화라는 혐의가 짙기는 하지만, 혐의의 유‧무죄와 상관없이 B급 코미디 마니아라면 충분히 즐길만하다.
1979년 여름,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부임 해 온 ‘경찰아저씨’(사시키 쿠라노스케)는 오자마자 과속단속을 실시한다. 마마라치(아치하라 하야토)를 선두로 한 마을의 악동 7인방은 이에 반발, ‘경찰아저씨’와의 전투를 시작하기로 한다. 폭풍의 자전거 작전, 다함께 폭탄 작전, 경찰아저씨 변태 만들기 작전 등이 그것. 그런데 이 ‘경찰아저씨’도 만만치 않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아이들의 공격을 엽기적인 방법으로 받아친다.
시작부터 영화의 황당무계함은 빛을 발한다. 줄거리에서 이미 예상했을 테지만 이 영화에서 전쟁이라는 건, 애들 소꿉장난 수준만큼 유치찬란하다. 고작 공격한다는 게 냄새나는 걸레 들이밀기와 구덩이로 유인해 빠뜨리기인데, 애들 먹을 음식에 매운 양념 뿌리기로 반격하는 경찰아저씨의 정신세계도 엉뚱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러다 보니, 이들의 싸움은 마치 관심 있는 학급 여학생을 괴롭히는 ‘초딩’들 같아 보일 때가 많다. 미모의 여성이 나올 때마다 슬로우 모션과 함께, 얼굴 옆에 ‘반짝이’ 조명을 쏴 주는 ‘저렴한’ 특수효과 역시 웃음을 유발한다.
황당무계한 사건과 함께 영화의 독특한 정서를 형성하는 건, ‘뽕 맞은 것처럼’ 시종일관 활발한 7인의 악동 덕분이다. 감독은 중간 중간 이들의 과거사를 ‘촌티’나는 흑백 화면 안에 담아 내 동정심을 자극하기도 한다.(유발이 아니라 자극이다, 자극!) 하지만 그로 인해 터지는 건 동정심이 아니라 웃음이다. 짧은 일기형의 블로그를 영화화했기에 전체적인 구성이 다소 산만하지만, 유쾌함을 음미하기에 나쁘지 않다.
물론 앞에서 말했듯, <우리들과 경찰아저씨의 700일 전쟁>는 ‘개인의 취향’이 심하게 반영될 B급 코미디다. 그리니 이 영화를 흥미롭게 본 기자의 리뷰를 100% 신뢰해서는 안 될 게다. 평론가들이 손가락 별점 몇 개 줬는지 찾느라 시간 낭비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자기 취향이다 싶으면 111분간 편하게 웃고 오면 그만이다. 아, 이 영화가 자기의 취향에 맞는지 안 맞는지 어떻게 아냐고? 그것부터 묻는다면, 당신은 이 영화 취향이 아닐 가능성이 99.99%다. 영화 스틸만 봐도 감이 오지 않는가.
2010년 4월 12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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