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찰리(로버트 칼라일)와 단 둘이 사는 11살 소년 제이미(아론 풀러). 비밀 첩보원인 아빠로 인해 소년의 삶은 항상 위험에 노출 돼 있다. 하지만 소년은 걱정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아빠가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고 믿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 없이 친절하던 아빠가 언제부터인가 신경질적인 증세를 보이는 게 아닌가. 게다가 자신을 못 알아보고 윽박을 지르기까지 한다. 이를 통해 소년은 아빠의 직업 뒤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고, 아빠를 지키기 위해 힘든 결정을 내린다.
어린 자식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부모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다. 자신을 가장 힘센 사람, 못하는 게 하나도 없는 사람, 평생 지켜 줄 든든한 사람으로 믿는 자식을 실망시키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찰리도 그렇다. 아들 제이미에게는 항상 멋진 아빠, 용감한 아빠이고 싶다. 하지만 냉혹한 현실은 그의 바람을 가볍게 짓밟는다. 힘의 논리에 의해 한순간에 실업자가 된 찰리는, 그러한 사실을 숨기려 첩보원이 된 척 한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처참한 현실을 피하고자 ‘첩보원’이라는 가상의 세계로 진입, 그 세계를 현실이라고 믿어버린다. 그러니까 찰리가 아들 제이미에게 하는 말과 행동들은 거짓말인 동시에 거짓말이 아니고, 현실인 동시에 현실이 아니다.
<아이 노우 유 노우>의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영화는 현실인 동시에 현실이 아닌 세계를 스릴러와 첩보물, 드라마라는 다양한 장르를 이용해 교묘하게 이어 붙이거나 과감하게 떼어놓는다. 첩보물인 줄 알았는데 가족드라마로도 읽히고, 부성을 다룬 영화인 줄 알았는데 스릴러로도 읽히는 재미가 이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부성’ 소재의 작품이 발에 치이는 영화시장에서, 이 영화에게 독특한 자리를 내 주는 전술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가 주는 감동은 극장을 나서는 순간 쉽게 휘발 돼 버린다. 장르 변화가 주는 시각적 확장을 그 속에 담긴 감정적 깊이가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5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보기에 무난해도 너무 무난한 게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2010년 4월 30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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