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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반 아이들은 연극을 위해 의상과 소품을 점검한다. 그러다가 선배들은 란(김예리)과 후배들에게 폐건물의 옛날 연극반에서 소품을 가져올 것을 명령한다. 소품을 가지러 폐건물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며 건물의 깊숙한 곳으로 계속 들어간다. 그리고는 아무도 밖으로 나오지 못 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학교생활에 대한 공포다. 소영(신지수)과 남희(김꽃비)는 입시지옥에 시달리면서도 특별한 우정을 나눈다. 게다가 남희는 임신까지 한 상태. 소영은 그런 남희에게 누구보다 친절하지만 사실 학교장의 추천을 받기 위한 술책이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귀신을 보는 소년 철민(이민호)의 이야기다. 철민은 학교에 들어온 귀신 서희(최혜경)가 연쇄살인마 귀신에게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를 돕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선생들이 귀신에 씌이고 친구가 위기에 처하는 등 사건이 벌어진다.
<귀鬼>는 세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포스터를 보고 단순히 학교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영화는 학교라는 공통된 배경과 소재로 영화를 만들지만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비슷한 에피소드가 아니라 아이디어의 시작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신선하다. 첫 번째 이야기인 조은경 감독의 <부르는 손>은 전형적인 괴담이다. 학교에 폐건물이 있고, 그 안에 귀신이 산다는 설정으로 아이들이 폐건물 안에서 귀신을 만나 공포와 대면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공포의 대상인 귀신을 강조하기보다는 무관심이나 의미 없는 행동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그린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 이야기인 홍동명 감독의 <내 곁에 있어줘>는 어떤 괴담보다 끔찍한 학교생활을 공포의 대상으로 설정했다.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친구를 죽여서라도 추천서를 받아내려고 하고, 임신한 여자친구의 낙태를 위해 뒷거래를 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교내 폭력, 여학교에서만 존재하는 남다른 우정 등 학교생활 그 자체에서 소재를 가져왔다는 점이 현실적이다. 그 무엇보다 무서운 건 특별한 괴담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라는 것을 보여준다. 세 번째는 여명준 감독의 <귀(鬼)소년>이다. 이 작품은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는 소년을 소재로, 영화적인 상상력을 동원한 작품이다. 특히 무서운 이야기를 전개하면서도 코믹한 설정과 판타지적인 표현법을 넣은 것이 눈에 띤다. 세 작품 중에서 가장 영화적인 특징이 도드라진 작품이다.
<귀鬼>는 완성도에서 다소의 미흡함도 보이지만 시도 자체가 매우 신선하다. 우리가 흔히 학교를 배경으로 생각할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담아낸 것도 참신하지만, 각 영화들이 서로 다른 스타일과 특징을 지녔다는 것도 장점이다. 게다가 김예리, 김꽃비, 신지수, 이민호 등 독립영화계를 이끄는 젊은 배우들의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재미다.
2010년 6월 4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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