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흥행을 거뒀던 <스페이스 침스>가 속편을 내놨다. 여전히 재미있는 침팬지들이 지구를 정복하러 온 악당 자톡에 맞서 다시 한 번 재주를 부린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미디만 있는 것이 아니다. 3D로 무장한 입체영상은 신기함을 주고 이에 맞게 구성된 화면은 화려하기까지 하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모두 재미있게 볼 영화지만,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단순화된 그래픽과 권선징악의 한결같은 주제의식은 어른들이 보기에는 다소 시시할 수도 있다.

우주를 다녀온 천재 침팬지들은 지구에서도 인기가 대단하다. 햄은 대통령 전용기를 애용할 정도의 스타가 됐고, 정부에서는 최고 대우로 침팬지들의 연구소 생활을 지원한다. 코멧은 자신의 영웅들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두 번째 우주탐사에는 꼭 팀의 일원이 되리라 결심한다. 하지만 마지막 선발에서 제외되고 실수로 우주선을 발사시켜 말고르 행성으로 향하고 만다. 그 과정에서 정복자 자톡은 꽁꽁이에서 탈출하여 자신을 곤경에 처하게 한 침팬지들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코멧은 친구인 킬로와트와 함께 지구로 귀환하고 침팬지 요원들은 자톡에 맞서 다시 한 번 지구를 구한다.

<스페이스 침스: 자톡의 역습 3D>(이하 '<스페이스 침스 2>‘)는 전편의 재미를 고스란히 가져오면서 3D라는 비주얼적인 첨가제를 가미한 영화다. 전편에 이어 햄, 루나, 타이탄 사령관, 코멧, 킬로와트, 휴스턴, 자톡 등의 캐릭터가 주는 재미는 상당하다. 인기 스타로 급부상한 햄의 시건방은 하늘을 찌르고, 똑똑하고 논리적인 루나는 잔소리만 늘어만 간다. 단기 기억 깜빡증이 있는 타이탄 사령관은 항상 모든 일이 새롭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 없다. 여기에 박사 3인조도 큰 웃음을 담당한다. 각자 과학자와는 다른 꿈을 갖고 있는 이들의 삼각 러브라인은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스페이스 침스 2>는 전편과 이어지는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도입부에서 하이라이트로 앞 이야기를 정리해주기 때문에 1편을 보지 못했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편에서 특징적인 것은 다양한 액션을 입체적으로 담아낸 3D 입체영상이다. 특히 자톡과 햄이 펼치는 대결 장면의 경우, 제트팩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공간감을 활용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또 코멧과 킬로와트가 캥거루 버섯 위에서 점프하며 노는 장면에서도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캐릭터를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오게 하는 식의 의도적인 장면은 삽입하지 않았다. 대신 일상적인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입체감을 드러내 만족감을 높인다. 간혹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장면에서는 뎁스가 맞지 않는 장면도 눈에 띄지만, 전체적으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스페이스 침스 2>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지만, 기본적으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캐릭터가 보여주는 다양한 재미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3D 입체영상 역시 CG 애니메이션이 기본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그래픽적인 안정감을 갖고 있다. 내용에서 특별한 것을 기대했다면 미안할 일이지만,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스페이스 침스 2>의 역할은 충분하다.

2010년 8월 16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 캐릭터 영화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해낸다. - 3D 입체영상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 뭐 사실 빤한 이야기. 어찌됐던 주인공들은 승리할 테니까. - 가끔, 아주 가끔, 너무 빠른 장면에서 3D 입체영상이 눈을 어지럽게 할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