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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 버치만 돌아온 영화
더 홀 | 2001년 8월 13일 월요일 | 허리케인 박 이메일

<아메리칸 뷰티>를 좀 똑똑한 사람과 함께 봤다. 그 영화를 보고 난 "콩가루 집안의 백미를 형상화 한 작품"이라 했고 그사람은 "미국 중산층의 페이소스와 에토스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보여지는 개인의 붕괴를 가족이라는 시스템을 차용해....(어려워서 기억이 잘 안난다)" 뭐, 그런 말을 하면서 끝에 필자를 보며 "공부좀 하고 생각도 좀 하고 살라"고 했다.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무식이 똠방똠방 떨어지는 내 영화평 수준을 탄로나게 했던 작품, <아메리칸 뷰티>의 도라 버치가 돌아왔다. <던전 드래곤>에서 아무런 열정도, 연기에 대한 카리스마도 없어 '역시 공주는 나탈리 포트만이야!'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도라 버치가 칼을 갈고 다시 나온 듯 했다. "자, 여기 칼 있으마" 하면서.

초대받은 4명, 18일간의 실종, 돌아온 자는 도라 버치 한 명 뿐. 영화는 그들이 갇혀있었던 지하벙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영국 최고의 사립학교에 다니는 리즈는 인기 록가수의 아들 마이크를 짝사랑 하지만 마이크는 평범한 리즈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여기서 하나의 혼란스러운 문제가 주어진다. 과연 리즈는 평범한 학생인가 날라리 고딩인가.

방학 전 야외수업을 빠지고 어디론가 잠적하려는 마이크와 단짝친구 제프, 그리고 섹시함이 온몸에 묻어있는 리즈의 친구 프랭키 등이 지하 벙커에서 3일간 비밀 파티를 열 계획을 갖는다. 여기서 또 하나의 혼란스러운 상황, 과연 마이크는 리즈에게 관심을 갖는지 아닌지. 하지만 3일 후 벙커 문은 열리지 않고 이들은 갇히게 된다. 무슨 일이 있었던간에 살아돌아온 사람은 리즈 하나뿐, 그리고 리즈의 친구 마틴이 죽음을 당한다. 여기라고 모호한 사건이 없을 수는 없다. 정말 3일 후에 벙커문이 열리지 않았는지, 아무도 나온 사람이 없는지.... 영화는 도라 버치의 정황 설명과 정신과 담당의사인 팔라파의 줄다리기 속에 하나하나 진실을 밝혀간다. 이야기는 <커리지 언더 파이어>, <공동경비구역 JSA> 등에서 익숙하게 보여주었던 <라쇼몽式 접근>으로 진행된다. 어느것이 진실이고 어떤 말이 진심인지, 도라 버치는 순수하고 수줍은 여고생과 악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한손에 움켜쥐고 있다. 감독 닉 햄이 왜 그렇게 리즈 배역에 도라를 탐냈는지 이해가 가는 장면들이다.

무서운 10대는 동서양 구분이 없고 '땡땡이'는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 최고의 축제가 아닌가 싶다. 땡땡이로부터 시작된 비극은 짝사랑이 집착으로, 집착이 소유욕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공포감'을 얹어 우리에게 조금은 틀린 영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쉽게 접했던 한국형 전설의 고향식 공포영화나 미국형 악마 영화, 사이코 살인마 영화와는 다르다. 영화를 보고 새삼 느낀다. 인간의 공포는 어쩌면 절망과 맞닿아 있는지도 모른다는.

5 )
ldk209
도라버치...   
2009-04-13 14:09
ejin4rang
그가 왔다   
2008-10-16 17:08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6:14
kangwondo77
도라 버치만 돌아온 영화   
2007-04-27 15:33
ldk209
처음엔 잘 빠진 듯 하다가.. 갑자기 어리둥절해지는...   
2007-01-2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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