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시발점은 우연히 듣게 된 장구 연주다. 호주 출신 유명한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는 우연히 장구 연주 음반을 듣고 이에 매료 된다. 그 연주곡은 다름아닌 한국중요무형문화제 82호 김석출 선생의 것. 사이먼은 김석출 선생을 만나기 위해 7년 동안 16차례나 한국을 방문한다. 하지만 그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17번째 여정을 시작한 사이먼은 운 좋게도 국악인 김동원의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김석출 선생을 만나러 가는 여정에 한국의 국악 고수들을 만나게 된다.
사이먼 바커는 김석출 선생의 장구음반을 듣고 난 후 한국 음악에 심취한다. 그리고 이 음악의 뿌리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영화의 종착역은 사이먼과 김석출 선생의 만남이지만, 활력을 불어 넣는 건 여정 중간 중간에 만나게 되는 국악 고수들이다. 사이먼은 지리산 폭포에서 득음을 위해 수련했던 배일동 명창을 비롯해 다수의 국악인들과 무속 예술인들을 만난다. 고수들은 하나같이 파란눈의 이방인에게 한국 고유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가져야 할 기(氣)나 음양의 조화 등 기본적인 요소를 알려준다. 특히 영화는 음악으로 교감하는 고수들과 사이먼의 모습을 통해 말이 통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이해하는 진기한 장면을 보여준다.
점진적으로 사이먼은 그들의 가르침을 자신의 연주에 삽입하고, 새로운 형식의 음악을 탄생시킨다. 그는 드럼 대신 징을 치거나 드럼 스틱 대신 장구 채로 연주한다. 또한 흐느적거리며 자신의 느낌을 즉흥적으로 표현해 낸다. 그와 한국을 이어준 국악인 김동원처럼 사이먼도 재즈와 국악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더불어 영화도 서양과 동양을 쉽게 오갈 수 있게 만드는 다리가 된다.
하지만 그 다리가 만들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디다. 영화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판소리처럼, 3일 연속 계속되는 굿판처럼 사이먼의 여정을 꾸준히 따라간다. 이렇듯 지구력을 요하는 영화이지만 신기에 가까운 고수들의 향연은 극적 재미로 손색이 없다. 또한 마지막 사이먼과 김석출 선생의 만남과 이별은 가슴 뭉클한 감동까지 전한다.
2010년 8월 30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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