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삼류 깡패 중래(박인수)와 창욱(정경호). 인적 드문 산속에 도착한 그들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트렁크에 있는 시체를 꺼낸다. 열심히 구덩이를 파고 있는 도중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둘은 잠시 한눈을 판다. 근데 귀신이 곡할 노릇처럼 그 사이 시체가 없어진다. 중래와 창욱은 어디론가 사라진 시체를 찾기 위해 숲을 지나가던 중 너부러진 시체를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때 허겁지겁 도망치던 여고생이 이 광경을 목격하고, 그들에게 붙잡힌다. 한편 여고생을 뒤쫓던 남고생 둘은 살인마에게 죽임을 당하고, 서서히 중래와 창욱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노르웨이의 숲>은 산속이란 한정된 공간 안에서 살인이 벌어진다는 공포영화의 요건을 갖춘다. 이름 모를 외딴 산속. 어디가 입구이고, 어디가 출구인지 모르는 이 공간은 자연스럽게 인물들이 갇혀있다는 느낌을 준다. 우연히 산속으로 오게 된 7명의 인물들은 한명의 살인마에게 하나둘씩 죽임을 당한다. 영화는 점점 살인마에게 희생당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보는이에게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두 가지 요건을 갖춘 영화는 다른 공포영화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B급 영화 스타일을 삽입한다. 영화에 나오는 무기는 오로지 삽과 곡괭이, 낫뿐이다. 시체를 묻기 위해 가져온 삽과 곡괭이는 상황에 맞게 살인무기로 변신, 낫 또한 살인마의 무기로 쓰인다. 영화는 대수롭지 않게 삽에 찍히거나 곡괭이에 머리가 관통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당연히 피가 카메라에 튀고 핏물이 바닥에 흐른다. 그 뿐인가! 살인마는 낫으로 사람의 배를 갈라 간만 쏙 빼간다. 카메라는 배의 갈라진 틈으로 흘러나온 내장을 비추고, 간을 믹서에 갈아 마시는 모습까지 담는다.
영화는 오로지 공포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간간이 블랙코미디를 섞으며 웃음을 준다. 산속으로 온 사람들은 모두 사회의 루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중래와 창욱은 삼류깡패를 벗어나지 못해 시체 묻는 일이나 하고 있고, 공부에 취미가 없는 세 명의 고등학생들은 몰래 본드를 흡입하기 위해 산속으로 온 것이다. 또한 명숙(지서윤)은 불륜 또한 사랑이라 믿으며 돈 많은 남자와 사랑을 나누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그들은 더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해 저마다 노력은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그리고 누구하나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산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상황에서도 신세 한탄과 시니컬한 농담 등으로 아이러니한 유쾌함도 준다.
저예산이지만 그 안에서도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감독의 재기 발랄함이 영화의 장점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마무리가 아쉽다.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을 삶과 죽음의 덧없음을 표현하는 물음으로 끝낸다. 이 물음으로 이제까지 B급 영화의 희열감과 블랙 코미디의 유쾌함은 사라진다. B급 영화 스타일로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한 감독의 연출력이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2010년 9월 27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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