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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젖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오락성 4 작품성 5)
하트비트 | 2010년 11월 23일 화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프랑스 로맨스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치는 자유로운 연애와 미칠 듯한 사랑에 있다. 그들의 사랑방식은 상식을 뛰어넘고 모든 것을 내다 바치는, 일반적이지 않은 것에 매력이 있다. <하트비트> 역시 이러한 뉘앙스는 가지고 있다. 한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 여자와 게이. 두 사람은 친구였지만 서로의 우정에 금이 가면서까지 한 남자의 마음을 얻어내기 위해 모든 것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그리 치열하지도, 열정적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음악에 취해 낭만의 한 때를 보내는 철없는 20대의 모습일 뿐이다.

마리(모니아 초크리)와 그녀의 절친한 게이 친구 프랑시스(자비에 돌란)는 파티에서 아름다운 청년 니콜라(닐 슈나이더)를 보고 동시에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항상 서로를 감싸주고 다독여주고 의지가 되는 친구였지만 니콜라의 마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된다. 선물공세를 펼치는가 하면, 우연을 가장해 만나기도 하고, 재미없는 연극도 참고 본다. 하지만 마리에게도, 프랑시스에게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니콜라가 답답하기만 하다. 어느 날 셋은 별장으로 여행을 떠나고, 그 자리에서 마리와 프랑시스는 니콜라에 대한 질투로 심하게 다툰다. 그러다 갑자기 니콜라가 사라지고, 그제서야 마리와 프랑시스는 사랑 때문에 우정을 저버린 자신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하트비트>는 삼각관계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남자 한 명 여자 둘이나 여자 한 명 남자 둘이 아니다.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 게이 한 명이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던 마리와 그녀의 게이 친구 프랑시스는 한 남자를 보고 동시에 사랑에 빠져버린다. 하지만 이 남자는 두 사람 모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며 누구에게도 진짜 마음을 보여주지 않는다. 마리도 사랑하고 프랑시스도 사랑한단다. 마리와 데이트를 하고 프랑시스와도 남다른 에피소드를 만든다. 그럴수록 마리와 프랑시스는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안달을 한다. 심지어 시골길에서 흙바닥을 뒹굴며 몸싸움을 벌이면서까지 니콜라의 사랑을 차지하려고 애쓴다.

이 영화는 결국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20대 초반의 자비에 돌란 감독이 표현하는 사랑은 딱 그 나이에 맞는 관점만을 지닌다. 사랑이라는 광의적인 단어를 자유롭게 다루지 못하고 그저 정리되지 않는 감정의 나열에만 그치고 만다. 열정적인 사랑, 미친 사랑을 알기에는 아직 인생에 대한 내공이 부족했던 것도 같다. 그래서 그가 그리는 사랑은 혼돈에 가깝다. 이러한 정서를 뒷받침하는 것은 음악이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음악은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적절한 방법으로 활용된다. 또한 각 인물에 따라 다른 컬러를 정하고 그에 맞게 미술과 의상을 컨셉화한 것도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영화가 욕심낸 부분은 주요 인물들의 설정을 통해 사랑이라는 포괄적인 정서를 아우르려 했다는 점이다. 영화의 앞부분에 등장인물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사랑에 대한 인터뷰를 넣은 것도 그러한 이유.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모든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프랑스 젊은이들의 보편적인 정서일 수는 있지만, 사랑에 대한 깊이감이나 무게감보다는 트렌디한 느낌이 강해 진심이 전해지지 않는다. 사랑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시도하기보다 그 나이에 맞는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2010년 11월 23일 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사랑에 관한 프랑스식 정서에 취해.
-남다른 영상도 그렇지만, OST는 영화의 또 다른 힘.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다.
-사랑에 대한 프랑스 젊은이들의 생각이 정서적으로 공감이 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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