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프라다 모델 수집이 유일한 취미인 연구원 레이(알렉스 하우스). 세상의 간섭을 피해 홀로 살아가던 그에게 어머니의 부고 소식이 전해진다. 그리고 유망한 피아니스트였지만 지금은 은둔형 외톨이가 된 형 모리(데이빗 렌달), 드센 여동생 리사(타티아나 마스라니) 그리고 어머니가 일본에서 데리고 온 할머니(모타이 마사코)가 남겨진다. 그들과의 갑작스러운 동거가 마음에 안 드는 레이. 급기야 화장실에서 나올 때 마다 한숨을 푹푹 내 쉬는 말도 통하지 않는 할머니가 친할머니가 맞는지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아침에 눈 뜨면 가장 먼저 가는 곳’, ‘울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 ‘그러나 사람들은 그 가치를 모르는 곳’. 최근 방영되는 모 욕실 회사의 광고 카피다. 아닌 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배설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다. 더 나아가 그 배설의 공간인 화장실을 다소 불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제아무리 고상한 척 하는 사람도 피해가지 못하고 ‘자연의 법칙’에 몸을 맡기게 되는 곳이 또 화장실이다. 오기가미 감독은 ‘순환’의 특성을 지닌 화장실을 통해 가족의 ‘소통’, 더 나아가 타문화를 이해하려한다.
그 매개체로 (하필이면 혹은 굳이)화장실을 선택한 게 의문일 수 있겠지만, 음식점(<카모메 식당>), 이발관(<요시노 이발관>), 민박집(<안경>) 등 소소한 일상과 공간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 온 감독의 전작들을 떠올려보면, 화장실이란 공간이 뜻밖의 선택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할머니의 한숨이 문화가 다른 낯선 화장실이 주는 답답함에서 기인함을 레이가 알아챈 순간,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할머니를 이해하려 하는 순간, 관객은 진정한 가족의 탄생을 목도하게 된다.
화장실이 동양에 대한 서양인들의 관심을 반영한다면, 동양인 할머니가 파란 눈의 손자들에게 다가가는 재료는 만두와 낡은 재봉틀, 그리고 에어 기타다. 영어를 못하는 할머니는 손수 빚은 만두로 레이의 마음을 녹인다. 낡은 재봉틀로는 모리에게 잃었던 용기를 준다. 에어 기타를 통해 리사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기도 한다. 대수롭지 않은 소소한 물건들을, 사람과 사람의 닫힌 문을 여는 열쇠로 둔갑시키는 연출력이 뭉클하다.
하지만 <토일렛>은 그녀의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카모메 식당>과 비교해 봤을 때, 마음에 와 닿는 감동도, 간절함도, 재미도, 빈 공간에 내려앉는 따스함도 조금씩 아쉽다. 기대에 크게 어긋나는 건 아니지만, 다소 민숭민숭한 게 식으면 윤기가 사라지는 만두 같기도 하다. 전작이 너무 좋았던 감독이 안고 가야 숙명인 셈이다.
2010년 11월 29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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