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빛과 CG로 만들어진 상상의 세계 (오락성 6 작품성 6)
트론: 새로운 시작 | 2010년 12월 24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2010년 3D 입체영화의 마무리는 <트론: 새로운 시작>이 맡는다. 작년의 <아바타>처럼 그 여세를 다음 해까지 이어질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분명 화려하고 현란한 그래픽에는 온 마음이 빼앗길 것이다. 게다가 1982년작 <트론>에 대한 향수가 있는 이들에게는 남다른 선물이다. 28년 전 자신의 모습을 다시 연기하는 것은 물론, 그 상대역까지 맡은 제프 브리지스만큼이나 감회가 새롭지는 않겠지만, 부족한 기술력으로 인해 감독의 상상력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던 <트론>이 <트론: 새로운 시작>으로 그 한계를 넘어섰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색다른 비주얼과 기술로 비디오 게임 시장을 장악한 케빈 플린(제프 브리지스)은 자신이 만든 가상현실인 그리드와 현실 세계를 오가다가 그만 그리드 안에 갇혀 버린다. 슈퍼컴퓨터가 그와 그의 프로그램인 ‘트론’을 통째로 삼켜버린 것. 갑자기 아버지를 잃은 샘 플린(개럿 헤들런드)은 성인이 된 이후, 게임 회사를 이어받는 대신 자유로운 삶을 택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비밀 장소인 아케이드에서 연락이 오고, 그곳에서 샘 플린도 그리드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드에 도착한 샘은 아버지를 만나고 함께 현실 세계로 돌아오려고 하지만, 그리드의 지배자들은 이들 부자의 탈출을 막아선다.

1982년에 만들어진 <트론>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었다. 지금은 우리에게 익숙해진 디지털이나 인터넷 공간, 컴퓨터 프로그램, 가상공간 등의 개념을 비주얼로 구현한 일종의 실험이었다. 상상의 공간을, 개념 속의 존재를 형상화시켜 영화 속에 등장시킨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감독의 상상력이나 세계관을 비주얼로 표현하기엔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트론: 새로운 시작>이 만들어졌다. 놀라운 기술력은 상상의 세계를 영상으로 구현했고, 프로그램이나 디지털과 같은 개념적인 단어들이 그래픽과 CG로 표현되며 새로운 세계관을 펼쳐보였다. 1982년 <트론>을 만들었던 스티븐 리스버거 감독은 기꺼이 이 영화의 제작에 참여했다.

<트론: 새로운 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리드를 표현한 빛과 그래픽이다. 제작진은 지금까지의 영화들이 보여주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싶었고, 오리지널 <트론>의 비주얼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가공해 기하학적인 형태로 조직하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로 파고든다. 발광체를 중심으로 한 현란한 이미지들이 <트론: 새로운 시작>의 비주얼을 대표하지만 감독은 CG만으로 모든 것을 만들지는 않았다. 실제 로케이션과 세트 등으로 디지털 시대의 상상과 아날로그 시대의 현실을 적절하게 공존시킨다. 덕분에 그리드는 더욱 빛나고, 그 빛은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을 연결하며 완전히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

이러한 그래픽에 날개를 단 것은 3D 입체영상이다. 컨버팅이 아닌 처음부터 3D 카메라로 제작된 <트론: 새로운 시작>은 <아바타>보다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이 투입됐다. 하지만 <아바타>만큼이나 CG 분량이 많은 탓에 실사보다는 CG와 3D의 결합에 더 많은 비중이 있다. 실사 분량보다는 CG 장면에서의 입체감이 더 많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3D 입체영상이 화려한 CG에 가려 그 효과가 적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드의 기하학적인 공간감을 표현할 때는 발광하는 광체에 의해 다른 효과들이 묻힐 정도다.

게임과 제품 광고를 찍었던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영상 감각은 탁월했다. 하지만 처음의 의도였던 ‘아버지와 아들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는 잘 살지 않는다. 아버지의 실종과 재회는 그리드라는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과정으로만 기능할 뿐, 영화 전체를 끌고 갈 정도의 큰 축을 담당하지는 못한다. 그보다는 프로그램의 개념, 게임의 세계관, 가상의 공간이 주는 호기심이 더 크다. 아예 작정하고 디지털 시대를 겨냥했다면 보다 하이테크한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시대가 변했음에도 오리지널 <트론>의 틀을 벗어나는데 과감하지 못했다.

2010년 12월 24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현란하고 짜릿한 빛과 그래픽의 세계.
-부드러운 3D 입체영상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다프트 펑크의 전자음악들, 그리드에 활력을 준다.
-이야기는 약하고, 이미지만 난무한다.
-나이트클럽의 조명을 보는 듯, 온갖 발광체가 눈을 부시게 한다.
1 )
cyddream
벽두의 <아바타>... 대미의 <트론>.....^^   
2010-12-25 22:20
1

 

1 | 2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