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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젤위거 표 왕사탕
브리짓 존스의 일기 | 2001년 8월 30일 목요일 | 박우진 이메일

역시 로맨틱 코미디의 관건은 주인공, 특히 여자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에 있는 듯 하다. 아직 허락되는 영화가 많지 않았던 중학교 시절, 익숙하지 않은 극장으로 내 발걸음을 거두었던 것은 담벼락에서 맑게 빛나던 맥라이언의 미소였으니. 스크린 가득 그녀의 놀라는 눈망울에 (같은 여자임에도 불구) 가슴이 덜컥거렸고, 그런 날이면 집에 돌아와 거울 앞에서 한참이나 입을 이죽대며 그녀의 사랑스러운 표정을 따라하곤 했다. 그러나, 맥라이언의 망발(?) 사건을 계기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져 갔고, 더욱이 그녀의 차기작들이며 타 여배우의 로맨틱 코미디들이 적이 실망스러운 터, '이제 나도 사랑의 환상이 사그라지는 나이에 도달했구나.' 새삼 세월을 한탄하며 갸우뚱대고 있었는데.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훔쳐보고 나의 새로운 이상형(?)이 등극하였으니. 오, 사랑스러운 르네 젤위거. 누구든 어떻게 그녀를 사랑하지 않고 배길 수 있으리오.

로맨틱 코미디에서 매력적인 여자 주인공이란 대부분 '귀여운 여인'을 지칭한다. 어떻게 보면 이 '귀여운 여인'은 남성의 입장에서 생성된 이미지로써 어리고, 약간 모자라서 상대방의 우월감을 충족시켜 주며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여자에 다름아니긴 하다.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목빠진 신데렐라들이여. 브리짓 존스도 전형적인 '귀여운 여인'에 지나지 않는다. 주된 관심사란 직장상사와의 스캔들이라 그의 음흉한 눈길을 끌기 위해 민망한 치마를 입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방송국 PD로 취직했으면서도 아는 바가 없어 자신이 취재해야 할 기사거리에 대해 남자 상사에게서 일일이 가르침을 받아야 하며, 친구들을 초대해 놓고 동화책에서나 나올법한 파란 스프를 끓여놓는 통에 저명하신 인권 변호사(이 사람 또한 남자다)께서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오믈렛을 만들게 한다, 휴. 게다가 어찌나 운이 없는지 하는 일마다 배배 꼬이고, 덤벙 덤벙 실수를 연발하는 바람에 할 수만 있다면 스크린으로 풍덩 뛰어 들어가 발벗고 도와주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어쩌면 주위 사람을 짜증나게 할 수도 있을 법한 이 노처녀가 못견디게 사랑스러운 것은 무슨 이유일까.

쏟아지는 햇살마저 미끄러질 듯 찰랑거리는 금발 머리에 호수처럼 신비한 파란 눈동자. 브리짓 존스를 연기한 르네 젤위거는 외모부터 '먹고' 들어간다. 금발에 파란 눈을 지닌 백인 여성은 예로부터 백치미의 상징이 아니었던가. 게다가 통통하게 살이 오른 볼(사실 뚱뚱함으로 설정된)에 감도는 홍조, 살풋 피어나는 그녀의 천진난만한 미소는 봄바람처럼 관객의 마음을 살랑살랑 흔든다. 이런 외모 덕에, 그리고 능청스런 연기 덕에 천방지축으로 스크린을 누비는 르네 젤위거에게 관객은 마치 아기를 바라보듯(브리짓 존스는 32세의 노처녀임에도 불구하고!) 다사로운 눈길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페미니스트 입장에서는 펄쩍 뛸 노릇이겠지만.

그녀가 브리짓 존스를 맡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상상하기가 까마득할 정도로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르네 젤위거의, 르네 젤위거를 위한 영화이다. <툼레이더>가 안젤리나 졸리의 영화이듯 말이다. 그녀의 매력이 달콤하게 녹아든 이 영화, 아무래도 르네 젤위거로 꼼꼼히 포장한 팬시 상품같다. (실제로 <브리짓 존스의 일기> 다이어리 세트도 시판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상술이 불쾌하지는 않다. 뭐, 꼭 필요하지는 않아도 갖고 있으면 행복한 미소가 전염되는 예쁜 캐릭터 상품이기에.

뱀발: 주로 순둥이 역할을 도맡던 건실한 청년 휴 그랜트의 비열한 연기 변신도 볼 수 있음. 낄낄....

4 )
ejin4rang
르네젤위거 이뻐요   
2008-10-16 17:08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6:13
kangwondo77
르네 젤위거 표 왕사탕   
2007-04-27 15:33
ldk209
주위의 노처녀들이 모두 좋아하더라는   
2007-01-2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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