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해저 동굴 ‘에사 알라’. 동굴 탐험가 프랭크(리차드 록스버그)는 그곳에서 팀원들과 함께 조사를 펼친다. 수개월째 되는 탐사에 지쳐가는 팀원들을 독려하기는커녕 강행군을 펼친 프랭크. 아버지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조쉬(라이스 웨이크필드)는 잦은 언쟁을 벌인다. 어느날 탐사 비용을 지원한 칼(이안 그루퍼트)과 약혼녀 빅토리아(앨리스 파킨슨)는 프랭크를 만나기 위해 동굴로 들어오고, 놀라운 해저 세계를 경험한다. 그러나 갑자기 몰려온 열대 폭풍으로 동굴은 순식간에 물바다가 된다. 출입구가 막혀버려 밖으로 나가지 못한 이들은 출구를 찾기 위해 더 깊숙한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어비스>의 각본가였던 앤드류 와이트가 실제 겪은 경험담을 극영화로 옮긴 <생텀>은 해저 동굴을 배경으로 한 3D 입체영화다. 공간적 쓰임측면에서 봤을 때 영화는 판도라 행성을 배경으로 했던 <아바타>보다, 탄광을 주무대로 한 <블러디 발렌타인>에 가깝다. 해저 동굴이라는 한정되어있는 공간에서 점점 차오르는 물을 피해 출구를 찾는 인물들은 곡괭이로 위협하는 살인마를 피해 달아나는 인물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3D 입체영상으로는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는 입체감을 구현했던 <블러디 발렌타인>보다 관객스스로가 판도라 행성에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아바타>에 가깝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생텀>은 <아바타>가 표현한 3D 입체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일단 해저 동굴이라는 한정된 공간은, 관객으로 하여금 갇혀있다는 답답함을 준다. 여기에 3D 입체영상으로 구현된 동굴이 감정의 몰입감을 높이는데 일조한다. 잠수할 때 나오는 물 기포, 작은 미생물들의 움직임 또한 생생하게 살려냈다. 물속에서도 뛰어난 3D 입체영상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드러낸 셈이다. 다만 해저 동굴 안이라는 공간적 특성상 어두운 장면일 때 입체감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자막부분에서 고스트(잔영) 현상이 일어나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생텀>은 영상만 놓고 봤을 때, <아바타> 이후 목말랐던 3D 입체영화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하지만 이야기는 영상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영화는 전형적인 재난 블록버스터 스토리 라인을 답습한다. 독불장군인 아버지와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들의 대립, 동료들을 살리기 위한 희생, 죽음의 두려움에 휩싸인 사람들 등 새롭지 않은 이야기구조는 지루함을 준다. 여기에 부자가 뒤늦게 깨닫는 서로에 대한 정과 남을 죽여서라도 살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삽입해 단조로운 이야기의 활력을 불어넣지만, 곧바로 사라지는 물거품처럼 금세 잊혀진다. 결과적으로 <생텀>은 이야기의 재미보다는 3D 입체영상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2011년 2월 7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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