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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와르의 무게감에 짓눌리다 (오락성 5 작품성 5)
악인은 너무 많다 | 2011년 12월 16일 금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인천에서 흥신소를 운영하는 전직 건달 출신 강필(김준배)은 이혼 후 헤어져 지내는 딸과 함께 사는 것이 소원이다. 담당 변호사는 양육권 문제로 찾아온 강필에게 돈부터 내놔야 일을 시작하겠다고 말한다. 돈 없어 낙심한 그에게 때마침 큰 돈을 벌 수 있는 의뢰가 들어온다. 그건 바로 한 사업가를 미행하라는 것. 강필은 그 일을 맡게 되고, 거액의 수표를 받는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그의 인생은 제대로 꼬인다. 알고 보니 수표는 가짜요, 미행한 사업가는 실종상태. 게다가 일을 의뢰한 여인마저 소식이 끊겨 버린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강필은 자신이 금괴에 관련된 범죄조직에 연류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둡고 축축한 도시,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남자와 금괴를 둘러싼 범죄, 그리고 팜므파탈의 등장. <악인은 너무 많다>에는 느와르 요소가 가득하다. 영화는 강필을 통해 시궁창처럼 썩은 내가 진동하는 세상의 이면을 드러낸다. 시위원이란 작자는 부당한 방법으로 금배지를 달고, 기업가는 자신의 딸이 운영하는 보육원 아이들을 성폭행한다. 이들이 건설한 도시에는 선이 사라진지 오래다. 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해 살인까지 감행하는 악인들만이 활개 친다. 어느덧 악인의 세계에 발이 묶여버린 강필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죽음을 담보로 한 게임을 시작한다.

느와르를 추진력으로 쓴 <악인은 너무 많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느와르의 무게감에 짓눌린다. 느와르적인 장면을 집어넣어야 한다는 강박이 느껴질 정도로, 과한 영상과 인물 설정, 그리고 예상 가능한 반전이 극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이야기의 헐거운 짜임새 또한 감흥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한다. 다만 김준배의 연기는 인상에 남는다. <열혈남아> <이끼> 등 강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그에게 강필은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이다. 어눌한 말투,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이 인물을 통해 그동안 쌓아왔던 자신만의 연기를 보여준다. <헬보이>의 론 펄만, <마셰티>의 대니 트레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봤다고나 할까. 김준배의 앞날이 기대된다.

2011년 12월 16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김준배의 연기에서 론 펄먼, 대니 트레조가 떠오른다.
-느와르의 도시로 탈바꿈한 인천, 괜찮은데.
-느와르 요소가 많다고 꼭 느와르 영화가 되는 건 아니다.
-아무리 저예산이라고 하지만 이야기에 구멍이 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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