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과 <은교>는 서로 닮은꼴이다. 두 영화 모두 노작가들(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박범신)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겼으며, 노인과 소녀의 사랑이가 주를 이룬다. 또한 생애 마지막일 수 있는 사랑에 기뻐하고 아파하는 엘 사비오와 <은교>의 이적요()는 국적만 다를 뿐이지 동일 인물처럼 보인다. 차이점이라면 극의 구성 방식이다. 이적요, 은교, 그리고 서지우와의 삼각관계를 중점으로 이야기를 펼친 <은교>와 달리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엘 사비오와 델가디나의 관계만을 다룬다.
90세 노인과 10대 소녀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순화 시키는 건 노장 배우들의 몫. 엘 사비오 역을 맡은 멕시코 국민배우 에밀리오 에체바리아는 깊게 파인 주름과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표정만으로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한다. 실제 찰리 채플린의 딸로 유명한 제랄딘 채플린의 연기도 일품이다. 포주이지만 엘 사비오의 마지막 사랑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잘 수행한다. 하지만 다소 밋밋한 이야기 전개는 감흥을 떨어뜨린다. 특히 엘 사비오에 비해 델가다나의 이야기는 거의 병풍수준. 기대만큼 이들의 관계 밀도가 높지 않아 사랑의 감정이 덜 전달되는 아쉬움을 남긴다.
2012년 7월 19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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