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이었다. 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이른바 ‘747’공약을 내세운 MB는 역대 가장 큰 표 차이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1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국민들에게 MB는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릴 구세주였다. 언론은 그를 ‘준비된 경제대통령’이라 불렀다. 그가 당선되면 대한민국은 당장이라도 세계경제 꼭대기에 깃발 꽂고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한 희망아래 BBK 논란조차 희석됐다. 그래서 <MB의 추억>은 묻는다. ‘그렇게 해서 당선된 MB는 어땠나?’ 카메라는 지난 17대 대통령선거운동의 열기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MB가 그토록 호언장담했던 대한민국의 5년의 세월이 어땠는지, 그의 공약이 어떤 방식으로 ‘역주행’했는가를 보여준다. 친서민정책을 주장하던 MB가 서민을 막아서겠다면 광화문 한 가운데 ‘명박산성’을 쌓는 장면은 지금 봐도 아이러니한 2008년 최고의 명장면이다. 오뎅(어묵)이 좋다며 재래시장을 찾던 MB는 어묵이 질렸나. 그는 더 이상 시장을 찾지 않는다.
실제 장면을 코믹하게 뒤섞고 패러디한 <MB의 추억>은 MB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끝끝내 눈물 쏙 빼고 웃게 만드는 내공을 갖춘, 근래 보기 드믄 풍자코미디다. 하지만 비판의 칼날은 MB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김재환 감독은 전작 <트루맛쇼>가 그랬듯, 현상을 왜곡하는 미디어의 속성에도 ‘딴지’를 건다. 9시 뉴스는 ‘기름유출 사고를 당한 태안’에서 봉사활동하는 MB만 비출 뿐, 그곳의 어민이 MB에게 쏘아붙인 비판의 목소리는 담지 않는다. 미디어는 서민의 목소리까지 담아내는데 끈기가 부족하다. 게으른 미디어의 시선 앞에서 국민의 판단력은 흐려지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는다.
<MB의 추억>은 <살인의 추억> 같은 희대의 걸작 따윈 절대 아니다. 다큐멘터리로서의 새로운 시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몰랐던 진실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특히 가카에겐 안기부에 묻어버리고 싶은 불법동영상, MB 최측근에겐 불온의 대상, MB 사돈의 팔촌의 형제들에겐 역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영화일 게다. 현직 대통령을 ‘디스’하는 민감한 소재를 다뤘다는 이유로 멀티플렉스 극장들 역시 <MB의 추억>을 외면했다. 고작 전국 4개관이 <MB의 추억> 상영을 받아들였는데, 그것도 서울이 두 곳, 대구와 강릉이 각각 한 곳이다. 그 외 지방에 사는 사람들로선 당장 <MB의 추억> 따위 곱씹을 공간이 없다.
여기에서 우리는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을 열고 닫는 파울 요제스 괴벨스의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강제한 게 아니야.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는 거야”라는 말을. 김재환 감독은 지난 5월 전주영화제에 이 영화를 내놓으면 “이 대통령이 당선 되지 않았으면 <DY(정동영)의 추억>이나 <창(이회창)의 추억>이 됐을 것”이라고 말한바있다. 그 말은 곧, 5년 후 우리가 <철수의 추억>이나 <근혜의 추억> 혹은 <재인의 추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그 추억이 어떻게 그려질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국민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관리 감독하느냐에 따라 추억은 보다 아름답게 쓰여 질 거라는 점이다. 결과는 지금 당신이 쥐고 있는지 모른다.
2012년 10월 18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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