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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무
비천무 | 2000년 6월 26일 월요일 | 이영주 기자 이메일

김혜린의 비천무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문이 사실이 되었을 때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14세기 중국의 그 피바람나던 시절의 이야기를 어떻게 다룰까? 혹은 서로를 사랑하면서 다른 방향의 인생을 살 수 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표현할까? 복수는 복수를 낳고, 증오와 원한 속에서 괴로워하는 인물들의 한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 것인가?

김혜린의 만화 속에는 천성적으로 인생의 고난과 두려움에 맞서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녀의 데뷔작인 [북해의 별]에서는 나라가 그를 배신해도 결국 민중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멤피스 백작'을 창조되었다. 또한 영웅에게는 그에 걸맞는 여인이 등장하는데 그녀는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아름답고 고고하다. 그녀의 인생 역시 평범하지 않는 어려움이 있으니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남자을 위한 그녀의 노력은 하늘조차 감동하게 한다.

[비천무]는 그 거리를 떠돌아다니던 어린 '진하'와 몽고인의 서녀로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어린 '설리'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진하'의 피리소리는 '설리'의 아름다운 춤으로 승화되고, 서럽고 외로운 어린시절을 함께 한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설리'의 집안과 '진하'의 집안 사이에는 서로 용서할 수 없는 깊은 원한으로 맺어졌으니 두 사람의 운명은 곧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된다.

단행본 6권으로 나온 [비천무]를 시나리오화 할 때 가장 고민했을 문제는 만화매니아들 사이에서 뿌리 박힌 '진하'와 '설리'의 이미지를 이겨낼 배우들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결과적으로 '신현준'과 '김희선'의 선택은 적절하지 못했다. 자기멋대로이고 자유로운 현대 여성상으로 자리잡고 있던 '김희선'에게 운명에 복종하되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는 지고지순함을 지닌 '설리'의 이미지를 찾아낼 수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틀어올리고 중국식 의상을 입혀도 그녀에게서 톡톡튀는 신세대적 감상을 걷어낼 수가 없었다. [은행나무 침대]에서 '황장군'의 그 고집을 적절히 표현했던 '신현준'은 예상처럼 '진하'의 순진한 모습과 복수의 화신이 된 '자하랑'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황장군' 같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았으리라.

영화 [비천무]에는 밖으로 터져나오지 않는 안에서만 도는 감정이 있다. 설리의 모습이 아무리 슬퍼도 그저 그렇게 보인다. 자하랑이 어쩔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르고 울분에 찬 고함을 질러도 그저 그렇게 보일 뿐이다. 더구나 비천신기의 비법이 눈 앞에서 펼쳐져도 내 눈에는 그게 그저 그런 것 같다. 설리가 자하랑의 원수를 갚고자 적장의 앞에서 비천무를 추어도 그게 그저 그럴 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 이 영화에서 주목할 것은 홍콩 정소동 무술팀의 노하우와 헐리우드의 테크놀로지의 조화로 선보인 와이어 액션. 마치 지붕 위로 새가 나는 듯한 환상적인 장면을 보여준 와이어 액션은 반드시 스모그와 함께 사용된다. 왜? 1.75mm의 가는 와이어를 감추기 위한 방책으로 종종 사용하기 때문...그러나 영화 [비천무]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 연출에는 이 스모그만한 것도 없다.

영화 [비천무]는 만화 [비천무]의 다이제스트판 같다.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이게 그런 이야기였군. 그러나 만화를 본 사람들은 그 이야기들이 지루하기 그지없다. 원작의 힘이 빠져나간 영화 [비천무]에는 볼거리만 있을 뿐 가슴을 치는 애절한 사랑이 없다. 아쉽다. 그것이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5 )
ejin4rang
만화가 더 낫다   
2008-11-12 09:43
ljs9466
기대되는 영화!!   
2008-01-14 15:32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3:50
pyrope7557
만화책은 엄청 잼 나게 봤는뎅....
책이랑 영화 사이에 거리가 넘 넘 멀었어요...
  
2007-07-19 13:27
ldk209
왠만함.. 김희선 나오는 영화.. 보고 싶지 않다.....   
2007-01-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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