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네임 제로니모>는 실제 미국 CIA 특수작전부와 정보분석팀이 빈 라덴을 추적하고 사살한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다만 특수부대가 빈 라덴의 은신처에 침투하고 액션 활극을 벌이는 장면은 예상외로 비중이 크지 않다. 그보다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정보부 요원들이 팀플레이를 펼치고, 작전을 수행하기까지의 설립 및 준비과정부터 단계적으로 묘사해나간다. 그 준비과정 역시 단순히 빈 라덴 사살작전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국 최강 특수부대라 불리는 ‘팀 식스’ 대원들의 일상과 애환을 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실화를 기본적인 베이스로 삼아서 만들어진 영화인만큼 실제 팀원들의 에피소드가 주를 이룬다.
팀 식스 대원들이 파키스탄에 잠입, 빈 라덴을 사살하기까지의 과정은 대원들의 헬멧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사실적인 앵글로 비쳐진다. 물론 가상 생중계지만 실제 기록을 고증해 만들었기 때문에 비교적 높은 수준의 긴장감과 현실감을 맛볼 수 있다. 다만 [허트 로커]의 제작진이 참여했다는 홍보문구로 기대치를 잔뜩 높인 것에 비하면, 밋밋하다 싶을 정도로 담담하고 스펙터클이 없다. 애초에 TV 영화로 제작된 한계가 뚜렷해 보이고, 이라크전을 소재로 삼았던 기존 영화들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를테면 작전에 투입되기 전 마지막으로 가족과 통화하는 팀원의 모습, 아내와 바람을 피운 동료와의 갈등 등의 휴머니즘은 <오버 데어> 같은 TV 시리즈와 상당히 유사해서, 다소 식상하고 지루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은 미국 내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이루어낸 묵직한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오바마의 강력한 지지자로 알려진 거물이 <코드네임 제로니모>의 배급에 관여했으며, 그 때문에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홍보용 영화처럼 쓰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아마 국내에서도 그런 불편한 시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화 자체에 그런 정치적인 의도의 흔적이 묻어 있지는 않고, 애초에 많은 걸 집어넣기에는 90여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너무 짧기도 하다. ‘사실적이고 치밀하지만 별로 새로울 건 없는 이라크전 영화’라는 표현이 적절할 듯하다.
2012년 12월 13일 목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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