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줄거리만 보면 무당이 된 아내를 찾아가는 한 남편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처럼 보인다. 허나 자세히 살펴보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다. 이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거부한 사람들이다. 아내는 무당이 되기로 마음먹었지만 항상 자신을 버리고 또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기 두려워한다. 남편 또한 자신의 존재가 위협당할 수 있는 진실을 마주하기 무서워한다. 이들의 모습과 고통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아있다. 박홍민 감독은 거울을 이용해 이들이 서로 닮아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리고 아내와 남편이 만나 벌어지는 기묘한 일들을 3D 카메라에 담는다.
3D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영화에서 주요하게 쓰인다. 기존 할리우드 시스템이 영화의 스펙터클과 입체감을 구현하기 위해 3D를 사용했던 것과 달리, 감독은 영화에 담긴 메시지를 더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3D를 차용한다. 최근 개봉했던 베르너 헤어조크의 <잊혀진 꿈의 동굴>에서 3D가 과거로 인도하는 안내자 역할을 했던 것처럼, <물고기>에서의 3D 또한 인물들 내면에 감춰진 진실로 인도하는 가이드 역할을 수행한다. 삶과 죽음의 문턱을 수시로 오가는 영화에서 3D는 몽환적인 공간을 조성하는 조력자로도 활약한다. 물론 <물고기>는 할리우드 3D 영화와 비교했을 때 볼거리가 확실히 떨어진다. 하지만 독립영화도 3D 영상과의 조합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둘 수 있다. 참고로 <물고기>의 제작비는 7천만 원이다.
2013년 2월 1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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