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지혜 기자]
배우: 벤 애플렉, 헨리 카빌, 제시 아이젠버그, 제레미 아이언스
장르: SF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51분
개봉: 3월 24일
시놉시스
“신이 정말 강하다면 착할 수 없고, 정말 착하다면 강할 수 없지.” 한때 신적인 존재로 추양받았던 정의의 사도, 슈퍼맨(헨리 카빌)이 위기에 빠졌다. 독단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슈퍼맨에 미국 의회가 의구심을 품으며 논쟁적인 인물로 전락한 까닭이다. 심지어 조드장군과 슈퍼맨의 대결에서 희생된 이들이 슈퍼맨을 비판하면서 배트맨(벤 애플렉)마저 슈퍼맨의 진의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렉스’(제시 아이젠버그)는 이 기회를 틈 타 슈퍼맨을 함정에 빠뜨린다. 슈퍼맨이 악신이 됐다고 판단한 배트맨은 그가 인류를 위협하기 전에 슈퍼맨을 제거하기로 마음먹는다.
간단평
DC 코믹스 영웅 양대 산맥이 맞붙었다. DC코믹스의 영웅 배트맨이 슈퍼맨에 맞선 것이다. 그만큼 영화의 스케일은 역대 히어로물 중 단연 압권이다. 인류의 존망을 두고 전쟁 하는 것도 모자라 지구와 우주를 넘나든다. 시원하게 터지는 후반 1시간가량의 액션신은 관객의 시선을 완벽하게 사로잡는다. 영화 음악 역시 뛰어나다. 웅장하게 울리면서도 귀에 박히는 멜로디다. <인셉션> <캐리비안의 해적> OST를 맡았던 한스 짐머와 정키XL의 합작품답다. 문제는 슈퍼맨과 배트맨이 맞부딪쳐 싸우기까지의 과정이다. 둘다 정의의 사도이기에 배트맨이 슈퍼맨과 싸우려 한다는 것 자체가 언뜻 납득되지 않을 수 있다. 영화는 이를 납득시키기 위해 150분의 러닝타임의 절반 가량을 대결의 이유를 설명하는 데 사용한다. 그러나 약하다. 철학적 고민에서 대결이 시작되고, 철학적 고민에서 악당이 비롯됐으나, 정작 이들의 대결에서는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슈퍼맨과 맞붙는 벤 애플랙의 배트맨은 차갑지도, 이성적이지도, 심지어 카리스마가 있지도 않다.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 특유의 느낌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이에 영화는 악당 ‘렉스’의 존재로 배트맨의 부족함을 만회하려 한다. 젊은 IT 부호이자 소시오패스인 ‘렉스’는 <시계 태엽 오렌지>의 ‘알렉스’를 연상시킨다. 불안해 보이는 블랙 유머 코드도 잘 스며있어 영화에 재미와 개성을 부여한다. 영화의 볼거리는 또 있다. 바로 '원더우먼'이다. 70여 년 만에 실사화된 갤 가돗의 '원더우먼'은 마블의 '블랙위도우'와는 또 다른 매력의 걸크러쉬 모델을 제시한다. 한편 디즈니가 인수한 마블 엔터테인먼트는 원작 만화의 사회적, 철학적 메타포를 영화에서는 조금 덜어내 더 넓은 관객층을 노렸다면, DC는 이번 영화에서 상당 시간을 사회적, 철학적 메타포를 설명하는 데 할애한다. 한 마디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성인 히어로물 <다크 나이트>의 계보를 잇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 것이다. 그러나 그 시도가 썩 성공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에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DC코믹스 히어로의 세계관이 처음으로 엮이는, 무난한 첫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3월 23일 수요일 | 글_이지혜 기자(wisdom@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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