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케이블 TV에서 <귀여운 여인>을 봤어. 그영화 나온지 10년 넘었지 아마? 근데 다시 봐도 재미있는 거야. 분명히 저건 말도 안되는 사기극임이 분명한데, 말 그대로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꿈 같은 이야기란게 분명히 각인되어 있음에도 줄리아 로버츠의 상큼한 미소와 리차드 기어의 중후한 은발이 너무 근사해 보이는 거야. 옷도 촌스럽고 메이크 업이랑 소품 같은것도 온통 촌티 그 자체인데도 어떻게 그리 화사하고 아름다워 보이던지...
지난해 부천 국제영화제에 갔더랬어. 나랑 어울릴법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로이드 카우프만 감독의 <엽기 호러 공장>인가 하는 영화를 봤는데, 온통 페니마샬, 게리마샬 등등을 욕하는거야. 뭐 다 주관이 달리서 그렇겠지만, 카우프만의 괴이쩍인 영화들이 보기에 온통 해피엔딩에 예쁜 그림만 그려내는 마샬 감독들이 눈에 찼을 리가 없었나봐.
<프린세스 다이어리>에서 매력적인 공주님을 등장하는 앤 해더웨이의 변신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꽤 유쾌하고, 할머니로 등장하는 쥴리 앤드류스를 만나는 것도 느낌이 신선하단 말이야. 머리아프게 고민할 것도 없고, 유쾌한 상상속에서 2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근심 걱정 다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이런 영화가 칸느니, 베를린 영화제니 하는데서 상받는 작품들 보다 스트레스 푸는데는 제격이 아닐까 싶어.
그나저나 날 구제해줄 왕자님은 어디에 계신거지? 아... 어서 절 찾아 와 주세요. 전 한송이 장미떨기 같이 고운 자태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단, 이런 영화 자꾸보다보면, 이 같은 불치병이 생길 수도 있으니 유의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