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홍콩 영화계에서 신화가 된 이름 서극. 하지만 할리우드 진출과 더불어 그의 재능은 조금씩 퇴색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오우삼이 여전히 건재한 것에 비한다면 서극은 퇴행 일로를 걷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나 억울했으랴. <황비홍> <동방불패> <천녀유혼> <영웅본색>등 그의 손이 닿지 않은 홍콩영화가 있었던가. 홍콩영화계를 이만큼이나 끌어 올린 것에 대한 공을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그의 공로를 인정해 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미라맥스로부터 1억 홍콩달러라는 엄청난 지원금을 받아 만든 <촉산전>은 때문에 서극에게는 남다른 영화라 할 수 있다. 1983년 서극이 만들어 당시의 정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화려한 특수효과와 복잡한 스토리 구조가 관객들에게 철저히 외면 당했던 <촉산>은 평단으로부터는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 졌으며, 훗날 쏟아져 나온 환타지, 무협 영화의 초석 역할을 담당했다. 보다 화려하게 보다 풍성하게 욕심에 욕심을 더해 서극은 약 20년만에 <촉산전>을 세상에 내어 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SF와 음악을 적절히 섞어 심심하지 않게 하는 기법이라든가 뢰초옹의 컬러풀한 미술 디자인, 원화평의 화려한 액션은 홍콩영화 각계의 최고의 인재들이 만나서 만들어진 자존심이 담긴 작품임에 분명하다. 지난해 <진주만>의 홍콩 공습을 막아내며 홍콩 영화계의 자존심을 지키는데 일조를 했던 <촉산전>은 홍콩 영화계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 것인가를 점치게 하며, 넓은 의미로 우리나라 영화계가 나가야 할 방안을 제시해 주는 작품일 수도 있다.
이제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볼거리만 풍성한 영화보다는 어떤 설득력을 가지고 탄탄한 스토리 구조를 가진 영화들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하루 빨리 깨닫기를… 서극과 한국 영화인들에게 잠시나마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