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배우: 메멧 오르구즈, 베르카이 아테스, 툴린 오젠, 무피트 카야잔
장르: 느와르, 범죄, 스릴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9분
개봉: 2월 26일
간단평
20년간 복역 중이던 한 남자가 가석방된다. 조건은 테러 발생 위험도 높은 이스탄불에서 민간의 동태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것이다. 고향에 돌아온 ‘카티드’(메멧 오르구즈)는 헤어질 당시 어렸던 동생 ‘마흐메트’(베르카이 아테스)를 찾아가지만, 성인이 돼 가정을 꾸릴 만큼 성장한 그는 형을 제대로 기억조차 못한다.
황량한 이스탄불 어느 마을을 배경으로 한 <더 테러리스트>는 흔한 웃음 한 줌 찾기 힘든 건조한 드라마다. 대체로 어두운 화면과 회색빛 위주의 톤 다운된 영상으로 삭막한 분위기를 돋운다. 밤마다 쓰레기통을 뒤져 폐품을 수거하는 형은 의심의 눈초리로 주변을 탐색하고 동생의 집 문을 수시로 두드리며 간절함을 드러낸다. 반면 동생은 수십 년 만에 등장한 형이 어색하고 낯설다.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그의 곁을 떠난 후 실의에 빠진 그에게 형이라며 다가오는 남자가 부담스럽다. 동생과 형 간에 오가는 미묘한 감정과 행동의 엇박자가 거듭될수록 균열이 생기고 영화는 점점 숨이 막혀진다. 도시의 떠돌이 개를 제거하는 작업에 참여하던 동생은 우연히 집 앞을 찾아온 개를 거두고 떠난 가족을 대신해 사랑을 쏟는다. 테러리스트 발본 수색과 테러 증거 확보에 골몰하는 형은 동생의 안전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한다. 관심을 넘어 강박이 집착이 되면서 형제는 서로를 옥 조이는 존재로 전락한다. 다만 이 과정이 일일이 설명하기보다 상징적인 행위로 인물의 심리를 전달하고 현실과 상상이 혼재돼 있어 상당히 불친절한 인상이다. 그러나 테러 공포가 만연한 국가의 심한 억압과 감시 속 일상을 사는 인물들이 시스템의 권위와 폭력에 반응해 그들이 지닌 취약성을 어떤 형태로 드러나게 되는지 유심히 지켜볼 만하다. 과연 테러리스트는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영상과 음악으로 한결같이 숨 막히는 공기를 조성하는 영화는 <비욘드 더 힐>(2011)로 주목받은 터키 출신 예민 엘퍼 감독 작품이다. 2015년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27일 목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