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ed by : 방 준석 / 서 준호
개인적으로 명필름이라는 영화사를 좋아한다. 그들이 만들어온 다수의 히트작들 물론 좋아하지만 단지 대중적인 인기에 편협한 호감이 아니라 그들의 뛰어난 기획력과 마케팅 기술이 참 흥미롭다. - 참고로 [후아유] 의 제작사인 디앤딩닷컴은 명필름과 광고기획사인 화이트가 만나 태어난 회사이기도 하다. – 헐리우드의 메이져 스튜디오 처럼 돈냄새 물씬 풍기는, 규모의 미덕이 아닌 손재주 좋기로 유명한 옆집 누님의 공작물 숙제를 보고있는것처럼 아기자기하면서도 마술을 부리는 듯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참으로 대단하다. [접속] 이나 [공동경비구역 J.S.A] 때 역시 그러하였거니와 이번 작품 [후아유] 에서도 영화음악에 대한 비중있는 중요도의 안배로 인한 아주 훌륭한 결과물이 탄생하였다.
[후아유] 의 OST 앨범은 말이다…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에 근거한 온갖 잡다한 감정에 관한 영화의 내용에 한치의 어긋남이 없을정도로 잘 선곡된 21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국내 인디씬에서 맹활약중인 모던락 뮤지션들의 음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영화에 사용되었던 장면을 나레이션으로 삽입함으로써 영화음반이 갖는 미덕 또한 갖추고 있다.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방준석은 ‘유앤미 블루’ 라는 이름으로 짧은 기간이지만 자신들 만의 분명한 음악성을 선보이며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앨범에서는 ‘Blue In Green’ 라는 프로젝트 밴드로 참여하여 역시나 예전의 음악감각을 잃지않았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기도 하다. 또한 최호 감독은 익히 영화 [바이준] 에서 남다른 음악에 대한 애정을 보인적이 있지않던가.
[후아유] OST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 Crying Nut, Lazy Bone, Bulldogmansion, Green In Blue, Roller Coaster, Julia Hart 는 대중적인 인지도 면에서 그다지 뛰어난 유명세를 타고 있지 못함이 사실이다. 또한 이들이 들려주는 언더그라운드 스테이지를 주무대로하는 모던락 사운드 역시 대한민국 젊은이들을 대변할만한 사운드인가 싶은 의구심도 들긴하다. 하지만 이 한장의 음반에 담겨진 21곡의 트랙들은 하나 하나가 무척이나 음악적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보이고 있을뿐만아니라 서로간의 어울림 역시 뛰어나 잡다한 히트곡들의 모음집을 연상시키는 그것과는 차원이 틀리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이 [후아유]라는 영화의 OST 앨범이라는 목적의식(?)에 매우 충실히 따르고 있음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접속] 에는 Velvet Underground 의 ‘Pale Blue Eyes’, Sarah Vaughan 의 ‘A Lover’s Concerto’ 가 그리고 [공동경비구역 J.S.A] 에는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가 있었다면 [후아유] 를 대표하는 트랙으로는 [차우차우] 를 들 수 있다. – 본 앨범에는 ‘Delispice’ 의 원곡이 아닌 이준우가 부른 리메이크 곡이 삽입되어 있다. – PC 모니터 넘어에 있는 익명의 누군가 (투명친구) 에 대한 호감과 그리움을 표현하기에 이만한 곡이 있을까 싶지만 저작권 문제로 말미암은 불가피한 리메이크 곡의 삽입은 일말의 아쉬움으로 남기도 하다. 80년대 최고의 보이밴드로 대단한 명성을 날리던 ‘소방차’ 의 ‘사랑하고 싶어’ 는 신세대 스카-펑크 그룹인 ‘Lazy Bone’ 에 의해 재탄생하였다. ‘차우차우’ 의 리메이크 곡이 주는 아쉬움과 달리 ‘사랑하고 싶어’ 의 변신은 무척이나 반갑기 그지 없다. ‘Lazy Bone’ 자신들 만의 색깔이 잘 묻어나있는 리메이크 실력과 신세대에게 좀더 어필할만한 결과물은 환영할만하다.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중 가장 대중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Roller Coaster 는 역시 차분하고 세련된 보컬톤과 연주실력을 선보이며 회색빛의 도시속을 헤엄치는 젊은이들의 영혼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일단뛰어] OST 에도 참여하여 최근 눈에 띄는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이한철이 주축이된 ‘Bulldogmansion’ 역시 ‘사과’ 라는 트랙으로 참여하고 있다. [후아유] 의 음악감독을 맡고있기도한 방준석은 ‘Blue In Green’ 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같이 갈까나’, ‘혼잣말’, ‘나의 너’… 3곡의 트랙을 보여주고 있다. ‘You & Me Blue’ 의 해체이후 그의 음악에 목말라 하던 음악팬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선물이 되어줄것이다. 예의 감성어린 잔잔한 모던락 사운드를 구사하며 본 앨범을 한껏 빛내주고 있다. 영화에서 실제의 뛰어난 음악실력을 선보였던 ‘조승우’ 의 음성도 들을 수 있음이 또한 반갑다. 온라인상의 그녀인 이나영에게 들려주는 즉석 라이브 무대가 그것인데, 달랑 통기타 반주에 맞춰 부르는 ‘윤종신 – 환생’, ‘Gigs – 짝사랑’, ‘나미 – 유혹하지 말아요’ 는 영화에 사용되었던 사운드 그대로 실려있어 몰입도가 한층 더 용이하며 그만큼 감동도 크다 하겠다. 본래 뮤지컬, 연극 배우 출신인지라 뛰어난 노래 솜씨를 선보이는 ‘조승우’ 는 이에 그치지 않고 ‘끝’ 이라는 트랙으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근래에 발표되었던 국내 OST 앨범중에서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와 함게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 [와이키키 브라더스] 는 본디 음악영화로서 그 나아갈 바가 명확한 작품이였으므로 [후아유] 의 높은 완성도가 더욱 빛을 밝하기도 하다. – 적극 추천해주고픈 앨범이다. 영화 역시 뻔하디 뻔한 청춘물에 그치지 않음이요 실로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의 설레임과 감동을 선사함은 물론이다. 본 앨범은 여러 모던락 뮤지션들이 참여한 공동의 작업물로서 보다는 영화 [후아유] 의 OST 라는 명분으로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으며 이것이야 말로 OST 앨범이 발할수 있는 최고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