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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우리가 아냐, 바로 삐-소리지
삐-삐 형제 | 2002년 7월 18일 목요일 | 박우진 이메일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만담의 세계. 제6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를 찾은 [삐삐 형제]는 만담이라는 여흥거리를 빌어 동양적 색채를 짙게 뿜어내는 작품이다.

제목만 보고 양 갈래로 땋은 머리 펄럭거리는 말괄량이 계집애나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통신수단을 떠올리면 오산. [삐삐 형제]의 삐삐는 방송 부적합 용어에 덧씌워져 시청자를 궁금하게 만들곤 하는 날카로운 삐-, 바로 그 소리다. 형제가 늘어놓는 포르노 만담이 온통 삐-소리로 뒤덮여 방송되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삐삐형제라는 별명이 붙은 것. 그렇다면 방송국에서는 삐로 시작해 삐로 끝나는, 결국 내용 하나 알아들을 수 없는 형제의 만담을 왜 굳이 내보내야만 했을까.

'삐 소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시청률에 목을 매는 만담 프로그램 PD. 언론인으로서의 책임은 차 버린 채 상업주의에 물든 방송인의 모습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목을 끌기 위해서 폭력과 섹스는 기본. 시청률을 높이려면 그 자극의 수위를 점점 높여가야만 한다. 따라서 형제의 외설스러운 몸짓 위에 겹쳐지는 삐 소리는 시청자의 상상력을 건드리는 최고의 최음제. 영화는 말초신경을 흥분시키는 데에만 급급한 방송에 대한 풍자로 방향을 잡아간다.

죽음마저 흥정의 대상이 되는 시대, 장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형제가 있었으니. 어려서부터 만담가를 꿈꾸었던 형과 어쩌다보니 형과 함께 만담을 하게 된 동생. 슬쩍 보아도 너무 다른 그들은 만담을 통해 서로를 도우며 얼추 어우러진다. 그러나 방송에 발을 들여놓은 후 형제는 서서히 분열되고, 그들의 순박했던 만담 또한 변질되어 간다. 영화는 '만담'과 '형제(가족)'라는 전통적 가치가 '방송' 혹은 '돈'이라는 현대(혹은, 과도기)로 진입할 때, 충돌하고 파괴되는 과정을 담아낸다. 그리고 그 과정을 뼈를 감춘 익살로 포장한다.

만담에 대한 형제의 사명감은 왜곡된 방송을 만나 비틀린다. 그들은 삐 소리에 가려 방송조차 되지 못하는 자신들의 만담을 만들어내기 위해 섹스를 훔친다. 욕심이 늘어갈수록 만담의 질은 낮아지고 형제는 멀어진다. 돈에 지배받는 삭막한 인간관계는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소중한 근본은 잃고 나서야 깨닫는 것.

영화는 천민자본주의에 놀아나는 이 시대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꼬아둔다. 하지만 그 모습은 우리의 자화상이기에 결코 편하게 넘길 수만은 없다. 웃고 있는 뒤통수가 따끔거리고, 가족애를 회복한 듯 보이는 그들의 마지막 만담이 여전히 처량하고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이유도 마찬가지.

3 )
ejin4rang
너무 기대작이다   
2008-10-16 16:00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8:40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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