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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처럼 느리고 집요하게 (오락성 5 작품성 7)
사랑의 고고학 | 2023년 4월 11일 화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감독: 이완민
배우: 옥자연, 기윤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63분
개봉: 4월 12일

간단평
음악가 ‘인식’(기윤)은 우연히 방문하게 된 유물 발굴 현장에 있던 고고학자 ‘영실’(옥자연)에게 단숨에 빠진다. ‘인식’의 구애 끝에 연애를 하게 된 두 사람, ‘인식’은 ‘영실’을 자유로운 영혼이라 확신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함께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낸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실’에 대한 ‘인식’의 집착은 심해지고 ‘영실’은 뒤틀린 관계 속에서도 ‘인식’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한다. 하지만 둘은 결국 헤어지게 되고, ‘인식’에게서 벗어난 ‘영실’은 사랑에 대해 정면으로 응시할 준비를 시작한다.

어느 순간부터 ‘가스라이팅’이라는 표현이 사회 전반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본인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이 자신을 의심하게 만든다는 이 ‘가스라이팅’은 이완민 감독의 신작 <사랑의 고고학>의 키워드라 할 수 있다. 과거 연애에서 트라우마를 얻은 ‘인식’은 ‘영실’을 끊임없이 음해하고 구속한다. ‘영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에 저항해보지만 둘의 사랑은 끝나고 만다. 마흔 살이 된 ‘영실’은 2시간이 훌쩍 넘는 기나긴 러닝타임 동안 8년 전의 연애를 복기하며 사랑에 대해 고찰한다. 고고학이라는 학문의 본질이 그렇듯 영화 역시 느린 호흡으로 집요하게 ‘영실’의 지난 사랑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영실’은 ‘인식’과의 관계를 통해 깨어지고 마모된 스스로를 돌보고 원래의 자신을 찾아나간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마인>, <슈룹> 등을 통해 주로 강인한 캐릭터를 선보였던 옥자연의 가장 연약한 면모를 ‘영실’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옥자연은 이번 작품으로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배우상을 수상했다. 마찬가지로 ‘인식’ 역으로 서울독립영화제 장편경쟁 독립스타상을 거머쥔 기윤은 ‘영실’에게 영원한 사랑을 강요하는 변덕스럽고 미성숙한 남자 ‘인식’을 완벽하게 소화, 불편함을 넘어 거북한 마음까지 일으킨다. 장편 데뷔작 <누에치던 방>(2016)으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비전부문 시민평론가상을 수상한 이완민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2023년 4월 11일 화요일 | 글_이금용 기자(geumyo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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