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치카우라 케이
배우: 모리야마 미라이, 후지 타츠야, 마키 요코, 하라 히데코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34분
개봉: 11월 6일
간단평
도쿄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타카시’(모리야마 미라이). 어린 시절 자신과 엄마에게 큰 상처를 주었던 아버지와는 소원한 상태로 살고 있다. 어느 날 아버지 ‘토야마’(후지 타츠야)가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고향인 규슈로 향한다.
단어의 쓰임새에도 하나하나 문제 삼던 영민하고 지적인 아버지, 평생을 연구에 전념해 온 교수이자 학자인 아버지가 이상해졌다.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는 치매 증상으로 마치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고, 늘 아버지 곁을 지켰던 새어머니(하라 히데코)의 행방은 묘연하다. 일본 내에서 차세대 감독으로 주목받는 치카우라 케이의 <위대한 부재>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그 아들의 이야기인데 다룬 방식과 접근법이 색다른 작품이다. 여느 가족드라마의 결이 아니라 시간을 재배치하고 마치 추리극 같은 무드로 초반부 긴장감을 팽팽하게 끌어올린다. 아버지와의 거리가 멀었던 시간만큼 아버지에 대해 잘 모르는 아들 타카시는, 헝클어진 실타래 같은 현실을 두고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영 감을 잡을 수 없다. 치매 증상이 있지만, 반듯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아버지인데 왜 새어머니는 그의 곁에 없는가. 타카시는 새어머니의 오래된 일기장과 아버지가 집안 곳곳에 붙여둔 메모를 통해 한 발짝 한 발짝 진실에 다가가는데, 조급해 보이지 않는 다카시와 달리 관객은 머릿속이 팽팽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오만가지 추측과 예상에 기대어 범죄의 단초를 잡으려 애쓰게 된다. 무언가 충격적인 범죄행각과 반전을 기대하며 자체적으로 서스펜스를 길어 올리게 된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몇몇 단서들로 몰입감을 끌어낸 감독의 밀당과 연출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피할 수 없는 노화, 고령화에 따른 기억의 상실 나아가 자아의 상실과 부재를 장르적으로 흥미롭게 풀어낸 작품이다. 더불어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아름답게만 채색하려 시도하지 않는 점에서 감독의 치열함이 느껴진다. 아름다움과 추함 모두 사람 안에 담겨 있는 본성임을 다시금 환기하며 생각의 여지를 남기는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아버지 상을 연기하는 후지 타츠야와 영화 <세상의 끝에서 사랑을 외치다>, <20세기 소년>, <백만엔걸 스즈코>, <분노>, <신 가면라이더> 등을 통해 연기력을 입증한 모리야마 미라이가 부자로 호흡을 맞췄다.
2024년 11월 7일 목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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