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켈리 라이카트
배우: 미셸 윌리암스, 홍 차우, 존 마가로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07분
개봉: 1월 8일
간단평
그런 때가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이 태클 거는 것 같은 순간, 바쁘고 정신없어 죽겠는데 하필이면 사소한 문제가 끊이지 않아 소리라도 한 번 크게 질렀으면 하는 순간. 꾹꾹 눌러 참은 짜증이 폭발할 것 같아 가까스로 마인드 컨트롤하고 있는 순간. 영화 <쇼잉 업>의 주인공 ‘리지’(미셸 윌리암스)의 상황이 바로 이렇다.
영화 <퍼스트 카우>(2019)를 연출한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신작 <쇼잉 업>은 전시회를 앞둔 조각가 리지의 며칠을 관조적으로 따라가는 작품. 가장 바쁘고 예민한 시기에 크고 작은 일에 휘둘리는 리지다. 은퇴한 아버지의 집에는 떠돌이 부부가 주인 마냥 행세하며 머무르고 있고, 괴짜 예술가인 오빠는 불안한 정신세계를 보인다. 결정적으로 대학동기이자 집주인인 ‘조’(홍 차우)는 개인전을 핑계로 고장난 보일러를 고쳐주지 않아서 따뜻한 물로 하는 샤워가 눈물나게 그리운 처지다. 감독은 이 일련의 소소한 사건을 거치며 크고 작은 좌절과 희열이 모여 우리 인생은 앞으로 나아간다는, 누구나 알지만 때때로 망각하는 일상의 비밀을 전하고 있다. <쇼잉 업>은 캐릭터와 이야기 모두 다르지만,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가 연상되는 작품이다.
지난해 여름에 개봉하여 다양성 영화로는 13만 명 이상을 동원하며 의미있는 흥행을 기록한 <퍼펙트 데이즈>가 예기치 못한 삶의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일상의 단단함과 항상성을 묘사했다면, <쇼잉 업>은 파도에 이리저리 떠밀리되 목적지에 다다르는 변하지 않는 삶의 방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주인공이 조각가라 평소 미술이나 예술에 관심이 많은 분이 본다면 좀 더 감흥이 클 것 같다. 다만, 극적인 사건이나 인물들의 부닥침에서 오는 텐션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5년 1월 9일 목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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