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학적 측면에서 보면 투명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소망은 관음증(Voyeurism)적 욕망과 연결이 된다. 투명 인간이라함은 즉 '나는 남들을 볼 수 있지만, 남들은 나를 볼 수 없는' 사람을 말한다. 관음증, 곧 훔쳐보기라는 행위가 성립할 수 있으려면 이와 같은 조건이 갖추어져야만 한다. 훔쳐보는 대상이 '뭔가 비밀스런 행위'인 지, 아니면 '그저 그런 행위'인 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른 이들의 감각계가 나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흥분되는 요소인 것이다. 허나 어떤 사람이 실제로 투명 인간이 되었다고 했을 때, 그의 관음증적 쾌락이 계속하여 지속될 지에 대해서 필자는 매우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다. '인식되지 못하는 인간'은 어찌보면 하찮은 미생물보다도 낮은 존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현실계의 무엇이 일개의 존재로서 기능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을 갖지 못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로 무(無)의 공포가 여기서 비롯된다.
'폴 버호벤'의 '할로우 맨(the Hollow Man)'은 물론 위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갖고 고민하는 영화는 아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숱한 헐리우드 오락 영화들 중의 하나이다. 또한 매우 동화적이고 상상적이며, 따라서 그만큼 끔찍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어린 시절 즐겼던 동화들이 실상은 현대적 의미에서 끔찍한 공포물과 다름없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이 영화 역시 그다지 '상큼한' 영화는 아닐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소재 자체가 그러하다 보니 영화도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일을 포기한 지 오래다. 처음부터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는 것을 포기하고 제작에 들어간 버호벤은 특수 효과의 대부분을 잔혹, 혹은 역겨운 장면이나 인체 실험 씬에 사용했다. SF의 공식에 꼭 맡게 선과 악도 확연히 구분된다. 다만 선과 악이 불분명했던 자가 확실히 악의 세계에 편입되어 가는 과정이 지리하게 그려져 있을 뿐이다. 미국서 영화가 개봉한 지 며칠 되었다고 벌써부터 올라오는 관객평들 중 눈에 띄는 것은 '차라리 웰스의 소설이 낫다. 소설을 읽을 땐 적어도 내 맘대로 상상할 수 있었으며, 투명 인간의 고뇌까지도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평이다. 현실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크린 상으로는 현실화된 상상계의 동화를 접하고 느끼는 허탈함이라고나 할까?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일련의 젊은 과학자들이 일급 비밀 연구를 하게 되는데, 연구 도중 그들은 인간을 투명 인간으로 만드는 법을 알아내게 된다. 팀의 오만한 리더인 세바스챤 케인 박사는 실험의 위험을 무시하고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투명 인간 실험을 감행하게 된다. 그들의 동료는 그에 대항하여 대책을 강구하고 그들의 행동이 자신의 존재에 위협이 되리라 믿는 케인은 동료들인 린다와 맷을 상대로 보복을 감행하려 한다.
영화에 출연한 사람들
엘리자베스 슈 (Elisabeth Shue) - 린다 포스터 역
케빈 베이컨 (Kevin Bacon) - 세바스챤 케인 역
킴 디킨스 (Kim Dickens) - 사라 역
그레그 그륀버그 (Greg Grunberg) - 카터 역
조쉬 브롤린 (Josh Brolin) - 맷 켄싱턴 역
영화를 만든 사람들
감독 - 폴 버호벤 (Paul Verhoeven)
제작 - 더글라스 윅 (Douglas Wick), 앨런 마샬 (Alan Marshall)
각본 - 앤드류 말로웨 (Andrew Marlowe)
촬영감독 - 죠스트 보케이노 (Jost Vacano)
특수효과 감독 - 스콧 앤더슨 (Scott E. Ander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