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
감독: 강미자
배우: 한예리, 길설진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67분
개봉: 7월 9일
간단평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김수영 ‘봄밤’) 영화 <봄밤> 속 주인공 ‘영경’(한예리)이 그 어떤 대사보다도 자주, 많이 읊조리는 시이다.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친구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만난다. 조촐하게 집에서 치러진 축하연에서 남자 ‘수환’(김설진)은 앞에 앉아 계속 술만 마시는 여자 ‘영경’이 신경 쓰인다. 그리고 그날 밤 술에 취한 여자를 엎어서 집에 데려다준다. 처음으로 그녀를 통해 ‘봄밤’ 시를 들은 날이다.
한예리의 첫 장편 데뷔작인 <푸른 강은 흘러라> 이후 강미자 감독과 한예리가 16년 만에 조우했다. 권여선 작가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봄밤>을 통해서다. “아주 단순한 형식 속에서 영화의 중요한 내용 그 자체인 배우들의 연기를 담아내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봄밤>은 오롯이 영경과 수환에 집중한 영화다. 첫 만남 후 두 사람은 자주 술자리를 갖는다. 술을 잘하지 못하는 수환과 오로지 술만 마시는 영경, 항상 수환이 영경을 엎어 그녀의 아파트에 데려다주는 걸로 술자리는 어김없이 끝이 난다. 국어 교사였던 영경은 첫 결혼에서 이혼 후 어린 아들을 빼앗겼고 그 이후로 술을 마시게 됐다. 스무살 때부터 쇳밥을 먹었던 수환은 한때는 잘나갔으나 사업이 망한 후 아내의 권유로 위장 이혼을 하였고 아내에게 속아 집과 재산을 모두 빼앗겨 버렸다. 그후 이렇다 할 일 없이 전전하다가 류마티스를 얻었다. 관객에게 전달된 정보는 이것뿐. ‘옥탑방 정리하고 아파트로 들어와’ 영경이 수환에게 던진 한마디다.
이후 영화는 요양병원에 들어간 두 사람을 비춘다. 주기적으로 외출해야만 하는 영경과 그런 그녀를 슬픈 눈과 잔잔한 미소로 배웅해 주는 수환이다. 수환도 영경도 죽음을 향해 점차 다가가고 있다. 강미자 감독은 그들 사이에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는지, 어떤 경위로 요양병원에 들어가게 됐는지,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세간의 시선으로 재단하지도 어떤 판단을 하지도 않은 채, 아프고 시린 사랑을 포착할 뿐이다.
2025년 7월 9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