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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영화로는 충분하다 (오락성 7 작품성 5)
트론: 아레스 | 2025년 10월 14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요아킴 뢰닝
배우: 자레드 레토, 그레타 리, 에반 피터스, 질리언 앤더슨, 제프 브리지스
장르: SF, 액션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8분
개봉: 10월 8일

간단평
가상 세계에서 창조된 존재를 현실 세계로 끌어올 수 있는 기술이 열린다면, 현실은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 과연 인류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트론’ 프로그램으로 탄생한 AI 최종 병기 ‘아레스’(자레드 레토). 그는 초인적인 힘과 속도, 고도 지능으로 설계되어 무한히 재생될 수 있지만, 단 하나의 약점을 지닌다. 기술적 한계로 현실 세계에 단 29분밖에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이다.

<트론>(1982)과 <트론: 새로운 시작>(2010)에 이어 15년 만에 돌아온 <트론: 아레스>는 전작의 라이벌 구도를 변주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이번에는 딜린저 시스템과 게임회사 엔컴의 대결이다. 전설적인 프로그래머이자 행방이 묘연한 ‘플린’(제프 브리지스)의 유산을 쫓는 엔컴 대표 ‘이브 킴’(그레타 리)과, 그 기술을 차지하려는 딜린저 차기 대표 ‘줄리안 딜린저’(에반 피터슨)가 중심에 선다. 두 인물이 추적하는 것은 현실 체류 29분의 한계를 넘어설 ‘영속성’ 코드다. 한편 줄리안의 명령으로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소멸과 재탄생을 반복하던 아레스는 점차 창조주에게 반기를 들기 시작한다.

영화의 백미는 단연 비주얼이다. 한밤의 도심을 질주하는 아레스의 라이트 사이클 시퀀스는 굉음이 아닌, 붉은빛의 굵은 띠를 그리며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정적의 질주로 완성된다. 현실의 소음과 대조되는 그 움직임은 ‘트론’의 세계관을 압축적으로 상징한다. 음악 또한 인상적이다. 나인 인치 네일스가 들려주는 전자음 속 끈적한 리듬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며 영화의 정서를 깊게 관통한다. 80년대 플린의 그리드, 딜린저 시스템, 엔컴의 새로운 그리드를 시각적으로 구분해낸 점도 흥미롭다.

비주얼과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몰입감만큼은 오락 액션 영화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화려한 외피에 비해 내실은 다소 약하다. 영화는 AI의 자각과 인간의 욕망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내세우지만, 그 사유가 서사 안에 충분히 녹아들지 못한다. 트론 프로그램으로 각각 ‘사과나무’와 ‘군인’을 창조한 이브와 줄리안의 선택은 분명 상징적이지만, 그 의미가 인물의 감정이나 갈등으로 깊게 연결되지 않는다. 결국 영화는 ‘가상의 존재가 현실에서 영속성을 얻는다면,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면서도, 그 답을 이야기 속에서 설득력 있게 풀어내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다. 기술의 진보가 인간을 어디로 데려갈지를 묻는 <트론: 아레스>, 여전히 눈부신 비주얼의 향연이지만, 그 세계의 철학적 울림이 관객에게 깊이 닿지는 못한다.



2025년 10월 14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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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을 봐야 할까? 안 봐도 충분히 흥미롭고 오락적이라는
-AI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질문을 기대했다면, 오락 영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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