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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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윤가은
배우: 서수빈, 장혜진, 김정식, 이재희, 박지윤, 김예창, 이상희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9분
개봉: 10월 22일
간단평
첫 장면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세계의 주인>이다. 진하게 입을 맞추고 있는 ‘주인’(서수빈)과 남자친구(김예창). 반장에 학교의 이른바 ‘인싸’인 주인은 친구들 사이에서 연애통으로 꼽힌다. 솔직하고 거침없으며 누구에게나 먼저 손을 내밀 줄 아는 듬직한 인물. 하지만 어딘가 과장된 듯한 태도는 그 진의에 대해 종종 물음표를 띄운다.
영화 <우리들>(2015), <우리집>(2019)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섬세하게 담아온 윤가은 감독이 신작 <세계의 주인>으로 돌아왔다. 주인공은 전작의 아이들보다 성큼 성장한 열여덟 ‘주인’. 연애와 사랑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는 나이다. 학교에서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듬직한 친구이자, 집에서는 동생(이재희)과 엄마(장혜진)를 먼저 챙기는 의젓한 누나인 주인. 영화는 주인의 일상을 담담한 시선으로 따라가다가, 어느 날 학교에서 벌어진 서명운동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추동된다. 반 친구 ‘수호’(김정식)의 제안으로 시작한 서명에 전교생이 동참하던 중 오직 주인만이 홀로 서명을 거부한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동의할 수 없어서.’ 담임(이상희)이 내민 진로 계획서에 장래 희망조차 쉽게 적지 못했던 주인이다. 적당히 타협하지 않는 그의 우직한 태도가 드러난다.
<세계의 주인>은 겉으로는 한 고등학생의 성장담처럼 보이지만, 그 너머의 서사와 질문을 품고 있다. 겹겹이 쌓인 층위가 한 겹씩 드러날 때마다 발견과 사유의 기쁨이 깊어진다. 윤가은 감독 특유의 사려 깊은 관찰과 절제된 연출이 또 한 번 빛을 발한다. 특히 주인과 엄마가 함께하는 세차장 장면, 동생 해인이 쓴 편지의 내용이 드러나는 순간은 영화의 정수로 꼽을 만하다. 감독은 동시에 우리가 무심히 건네는 ‘위로’라는 행위가 지닌 무게를 되묻는다. 연민과 공감조차 때로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극을 단단하게 이끌어가는 ‘주인’ 역의 신예 서수빈의 균형 잡힌 연기, 홀로 깊은 슬픔을 삼키는 엄마 역의 장혜진, 그리고 무엇보다 누나의 세계를 꿰뚫고 있는 동생 ‘해인’ 역의 이재희까지. 세 배우는 밀착된 호흡으로 매우 현실적인 가족 풍경을 완성해낸다. 윤가은 감독은 이번에도 말보다 지켜보는 힘을 믿으며, 그 힘으로 관객을 이야기에 끌어들인다.
2025년 10월 27일 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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