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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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혜영
배우: 추영우, 신시아
장르: 멜로, 로맨스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06분
개봉: 12월 24일
간단평
평소 조용한 학교생활을 이어가던 ‘김재원’(추영우)은 짝을 괴롭히는 무리들과 한 가지 ‘딜’을 한다. 괴롭힘을 멈추겠다는 약속을 조건으로, 그들이 지목한 ‘한서윤’(신시아)에게 고백하기로 한 것.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 뜬금없는 고백은 서윤의 예상 밖의 수락으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재원은 얼떨결에 서윤과 사귀게 된다.
전 세계 130만 부 이상 판매된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한국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가 관객을 찾는다.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2022년 11월 개봉한 일본 영화는 국내에서 110만 관객을 동원하며 일본 실사 로맨스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 성과를 거뒀다. 추영우와 신시아가 주연을 맡은 한국판 <오세이사>는 일본판의 리메이크가 아닌, 동일한 원작을 공유한 별도의 작품이다.
교통사고 후 선행성 기억상실을 앓게 된 소녀와, 그런 소녀의 하루하루를 즐겁게 채워주고 싶은 소년의 순도 높은 감정을 그린 로맨스 드라마인 이 영화는, 일본판을 연출한 미키 다카히로 감독이 절절함과 애틋함을 극대화했다면, 김혜영 감독의 <오세이사>는 한층 풋풋하고 발랄한 분위기로 그 방향을 달리한다. 슬픔의 정서에 깊이 몰입하기보다는 여수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로케이션과 청춘의 싱그러움을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감정선과 서사는 상대적으로 옅어졌다. 주인공들 사이에 오가는 몽글몽글한 감정은 귀엽게 다가오지만, 각자가 짊어진 고뇌는 충분히 체감되지 않는다. 매일 기억을 잃어야 하는 소녀의 안타까움과, 기억되지 않는 하루를 채워주고 싶으면서도 끝내 기억되길 바라지 않는 소년의 복잡한 내면은 기대만큼 깊은 울림을 전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비주얼 합이 뛰어난 추영우와 신시아 두 배우의, 화보집 같은 인상으로 머물고 만다.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로 제46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2025)을 수상하고,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내가 죽기 일주일 전> 등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혜영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이번 <오세이사>는 전반적으로 평면적이라 아쉬움을 남긴다. 풋풋한 청춘 로맨스로서의 매력은 분명하나, 기억과 사랑이라는 설정이 품은 정서적 깊이를 끝내 충분히 끌어올리지는 못한다.
2025년 12월 24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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