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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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도영
배우: 구교환, 문가영, 신정근
장르: 멜로, 로맨스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4분
개봉: 12월 31일
간단평
2008년, 고향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탄 ‘은호’(구교환)는 옆자리에 앉은 ‘정원’(문가영)이 왠지 모르게 신경 쓰인다. 돌발적인 버스 사고로 두 사람은 은호의 아버지(신정근)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나란히 고향 집까지 동행하게 되고, 그렇게 시작된 뜻밖의 인연은 서울로 돌아온 이후에도 이어진다. 빡빡한 현실 속에서 각자의 꿈을 품은 두 사람은 서로를 응원하며 점점 삶의 일부가 되어간다.
2024년 현재, 한때 청춘의 아픔과 성장을 함께 나눴던 친구이자 연인이었고, 가족과도 같았던 두 남녀는 우연히 재회한다. 오가는 눈빛 속에 스며든 감정들, 끝내 말로 꺼내지 못한 채 켜켜이 쌓여온 시간들. 연민과 사랑, 후회와 자책, 슬픔과 기쁨, 그리고 희망까지, 두 사람에게 복합적인 감정의 총체로 물든 하룻밤이 지나간다. 구교환과 문가영의 호흡이 빛나는 <만약에 우리>는 2025년의 마지막 날, 관객을 찾는 정통 로맨스 영화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만약에’라는 가정에서 파생되는 안타까움과 아련함의 정서를 진하게 품고 있다. 과거의 시간을 컬러로, 현재의 시간을 흑백으로 구분한 시각적 장치는 이 작품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러나 그 차별화는 색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공간의 구성, 대사와 인물의 움직임까지 세심하게 달리하며 두 시간대를 유기적으로 대비시킨다. 남해 로케이션과 자연광을 적극 활용해 비비드한 생기를 담아낸 과거와, 호텔 방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절제된 미장센으로 그려낸 현재는 상반된 분위기를 지니면서도 균형감 있게 맞물린다. 장편 데뷔작 <82년생 김지영>(2019)으로 370만 관객을 동원한 김도영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전작과 마찬가지로 어거지 없는 담백한 연출이 돋보인다.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러운 호흡 속에서 관객은 인물의 감정에 무리 없이 스며들게 된다.
<만약에 우리>는 주동우와 정백연이 주연한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2018)의 리메이크작이다. 원작의 흑백 연출 등 주요한 영화적 장치와 서사의 골격을 유지하되, 한국적 정서와 현실에 맞게 감정의 결을 새롭게 빚어냈다. 꿈과 사랑 사이의 균형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청춘의 시간을 지나왔거나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폭넓은 공감을 건넨다.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려본 ‘만약에’의 순간을 조용히 꺼내 보이는 작품으로, 지나간 사랑을 미화하지도, 쉽게 단정 짓지도 않은 채, 그때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만든다.
2025년 12월 30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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