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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끝에서 만난 다정한 미래 (오락성 6 작품성 7)
아르코 | 2026년 3월 12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우고 비엔베누
배우: (목소리) 나탈리 포트만, 마크 러팔로, 윌 페럴, 앤디 샘버그, 아메리카 페레라
장르: 애니메이션
등급: 전체 관람가
시간: 88분
개봉: 3월 11일

간단평
무지개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이 질문에, 레트로 SF 감성과 그래픽 노블 스타일의 독보적인 미장센을 선보여 온 우고 비엔베누 감독은 근사한 대답을 내놓는다. 프랑스의 미야자키 하야오로도 주목받는 그는 자신의 장편 연출작 <아르코>를 통해 900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만난 두 아이의 우정과, 멸망 이후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사랑을 그린다.

이야기는 2932년, 구름 위 부유 도시에서 시작된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류는 나뭇가지 위 돔 하우스에 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풍경은 지극히 평화롭다. 닭에게 모이를 주고 과일을 따며 시작하는 소년 아르코의 하루는 최첨단 SF보다는 전원일기에 가깝다. 이 세계의 유일한 판타지는 무지개 슈트를 입고 시간 여행을 떠나는 것뿐. 공룡을 보고 온 누나가 부러워 몰래 슈트를 훔쳐 입은 아르코는 조종 미숙으로 2075년의 근미래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만난 소녀 아이리스의 세상은 아르코의 미래보다 훨씬 첨단 기술의 발달상을 보여준다. 동시에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극 중 표현처럼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위태로움을 품고 있기도 하다. 시내에서 일하느라 주말에만 오는 부모와 홀로그램으로 대화하는 것이 일상이고, 아이리스와 갓난아기 남동생을 돌보는 건 유모 로봇 ‘미키’다. 로봇이 생활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는 이 2075년의 풍경은, 오히려 자연으로 돌아간 듯한 2932년의 모습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영화 내내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제공한다.

이 작품을 단순한 SF 어드벤처로 정의하기엔 아쉽다. <아르코>는 본질적으로 사랑에 관한 영화인 까닭이다. 특히 아이리스를 돌보는 유모 로봇 미키에게 주목할 만하다. 영어 더빙 버전에서 부모 역을 맡은 나탈리 포트만과 마크 러팔로의 목소리를 합성해 미키의 음성을 만들어낸 설정은 기발하면서도 뭉클하다. 부재중인 부모의 목소리가 섞여 나오는 로봇의 음성은 처음엔 기묘하게 들리지만, 아이들을 지키려는 미키의 헌신과 맞물리며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아르코와 아이리스가 나누는 풋풋한 우정, 아르코를 찾아 시공간을 넘나드는 가족애, 그리고 로봇의 프로그래밍된 기능을 넘어선 진심까지. ‘상대방을 우선하는’ 이타적인 사랑의 정서가 영화의 기저에 촘촘하게 스며들어 작품 전체의 온도를 높인다.

다만 비주얼 측면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디즈니의 정교한 3D나 재패니메이션의 화려한 스킬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선 위주의 간결한 2D 작화가 다소 투박하거나 역동성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드벤처 요소 역시 손에 땀을 쥐는 긴박함보다는 서정적인 리듬을 따른다. 하지만 에르메스와 협업했을 만큼 미적 감각이 뛰어난 감독의 이력답게, 무지개색을 극 전반의 핵심 모티프로 활용해 서사의 테마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하고 독보적인 비주얼을 구축해 낸 연출은 한 컷 한 컷 그래픽 노블을 보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작품상부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선정까지 그 가치를 입증한 <아르코>. 환경 위기라는 무거운 숙제 속에서도 '미래는 생각보다 다정할지도 모른다'는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2026년 3월 12일 목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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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나 일본 애니메이션은 인제 그만~ 좀 색다른 애니메이션을 찾는다면
-기발하면서도 익사이팅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을 기대했다면, 잔잔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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