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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거대한 우정과 헌신 (오락성 9 작품성 9)
프로젝트 헤일메리 | 2026년 3월 18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필 로드, 크리스토퍼 밀러
배우: 라이언 고슬링, 산드라 휠러
장르: SF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56분
개봉: 3월 18일

(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간단평
만약 우주 한복판에서, 나와 똑같은 처지에 놓인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 장치를 주렁주렁 단 채 깨어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런 우주선을 타고 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혼란 속에서 잃어버린 기억이 조금씩 떠오르고, 중학교 과학 교사였던 그는 지금 자신이 떠돌고 있는 우주가 태양계가 아닌 다른 행성계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충격도 잠시, 그곳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존재와 마주하게 된다.

영화 <마션>(2015)의 원작자인 앤디 위어의 ‘우주 3부작’의 마지막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제목인 ‘헤일메리’는 미식축구에서 경기 종료 직전 던지는 성공률 낮은 희망의 롱 패스를 뜻한다. 영화 속 우주선의 이름이기도 한 이 단어는 멸망의 길목에 선 인류가 태양계 너머로 쏘아 올린 마지막 승부수를 상징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끝내 몽글몽글하고 먹먹한 감동을 자아내는 유쾌하고 낭만적인 SF 블록버스터다.

가장 참신한 지점은 태양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어가고, 그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낮아져 결국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게 된다는 설정이다. 과학적 팩트를 떠나 태양의 감염이라는 발상은 팬데믹을 거쳐온 관객들에게 묘한 기시감과 긴장감을 준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태양을 병들게 한 외계 바이러스 ‘아스트로파지’를 역설적으로 우주선의 추진 연료로 삼는다는 점이다. 주범인 아스트로파지를 태워 에너지를 얻고, 역으로 아스트로파지를 잡아먹는 또 다른 천적 바이러스를 찾아 떠난다는 설정은 감염체를 생존의 동력으로 치환하며 서사에 독특한 박진감을 부여한다.

영화는 지구 종말이라는 거대한 비극을 한 축으로 삼되, 그 안은 지극히 인간적인 헌신과 희생의 서사로 채운다. 인류 구원이라는 막중한 짐을 지고 홀로 던져진 그레이스가 자신과 똑같은 처지의 외계 지성체 ‘로키’를 만나는 순간, 영화의 온도는 급격히 변한다. 생김새와 언어, 존재 방식까지 모든 것이 낯선 두 생명체가 ‘각자의 행성을 구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적으로 유대감을 쌓아가는 과정은 우주적 스케일의 사건을 다정하고 서정적인 우정의 연대기로 변모시킨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인류의 운명이 걸린 거시적 서사와, 서로 다른 종이 만나 신뢰를 쌓아가는 섬세한 미시적 서사를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매우 우주적이면서도 지극히 서정적인 이야기를 완성했다. 과학적 개념과 용어들이 생소할 수 있음에도 영화가 이를 직관적으로 풀어낸 덕분에, 관객은 복잡한 이론 대신 인물들의 깊은 감정선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활자로만 존재하던 외계 행성과 로키의 모습이 경이로운 시각적 실체로 구현되는 광경 또한 이 영화가 선사하는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레이스’로 분한 라이언 고슬링은 사실상 원맨쇼에 가까운 열연으로 극의 중심을 든든하게 지탱한다. 연출 역시 대사에 의존하기보다 과거 지구에서의 선택과 현재 우주에서의 결단을 정교하게 대비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과거 지구에서 죽음이 두려워 희생을 거부했던 그가, 이제는 친구인 로키와 인류를 위해 스스로를 던지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과학적 상상력과 서정적인 서사가 매끈하게 접목된 <프로젝트 헤일메리>, 차가운 우주와 비극적인 종말 앞에서 써 내려간 따뜻한 한 줄의 희망이라 하겠다.


2026년 3월 18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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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인간 모습의 외계인은 잊으시길~ 전혀 새로운 외계 지성체 등장 + 귀욤귀욤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난해하고 이야기에 머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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