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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의 진정한 이름 찾기, 그 교차점에서 만난 역사 (오락성 7 작품성 7)
내 이름은 | 2026년 4월 15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정지영
배우: 염혜란, 신우빈, 최준우, 박지빈, 김규리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3분
개봉: 4월 15일

간단평
1998년, 막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영옥’(신우빈)은 여자 같은 자신의 이름이 늘 불만이다. 홀로 개명 신청서를 작성하고 친구들에게는 ‘민종’이라 불러달라고 부탁하곤 하는 평범한 남고생이다. 어느 날 서울에서 전학 온 ‘경태’(박지빈)의 눈에 띄어 절친 ‘민수’(최준우)를 제치고 반장이 되지만, 그에게 주어진 완장은 힘없는 장식일 뿐. 영옥은 경태가 주도하는 교실 안의 폭력을 무기력하게 방관하고 만다. 엄마 ‘정순’(염혜란)은 새로 부임한 의사(김규리)의 독려로 9살 이전의 단절된 기억을 떠올리려 노력하기 시작한다.

제주 4.3 사건이 발생한 지 78년, 정치·사회적으로 여전히 민감한 역사적 비극의 화두를 한국 영화의 산증인 정지영 감독이 꺼내 들었다. 대중영화라는 명확한 지향점 아래 완성된 <내 이름은>은 엄마와 아들이라는 개인적인 서사에서 출발해 시대의 서사로 유연하게 확장해 나간다. 봄볕 아래 종종 정신을 잃는 병을 앓는 정순이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과, 교실 내 폭력 앞에 선 아들 영옥이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은 ‘진정한 이름을 되찾는 여정’이라는 하나의 줄기로 모인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엄마와 아들의 서사를 자연스럽게 접합하며 추진력 있게 극을 밀고 나가는 지점에 있다.

정지영 감독은 전작 <소년들>에서 '삼례 슈퍼 강도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사법 시스템이 어떻게 약자를 소외시키고 가해자로 몰아세웠는지를 파헤쳤다. 당시 그는 국가 권력의 부재와 대중의 무관심이 낳은 비극을 조명하며, 방관자로 머물렀던 우리 모두에게 묵직한 책임감을 환기한 바 있다. <내 이름은> 역시 그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간 시선을 보여준다. 정 감독은 제주 4.3이라는 고통과 아픔의 역사를 반복해서 비추며 그 비극에 잠식되는 대신, 증오와 분열의 프레임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인간애를 확보하려 노력한다.

9살 이전의 기억을 잃은 엄마와 자신의 이름을 거부하던 아들이 함께 소중한 '자기 이름'을 되찾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추모이자 화합의 장이 된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와 우디네극동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영화는 1만 명의 시민 후원으로 첫 삽을 뜬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제주 4.3 평화재단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작으로(원안: 김순호, 각본: 김성현, 김현우, 정지영)이다. 신우빈, 최준우, 박지빈이 보여주는 교실 안의 팽팽한 역학관계는 극의 몰입감을 한층 끌어올린다. 특히 엔딩에서 염혜란이 선보이는 춤사위는 4.3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해 깊은 위로를 건넨다.



2026년 4월 15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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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정치색이나 메시지에 치중한 고발극을 우려했다면, 보편적인 서사라는
-제주 4.3 사건을 구체적으로 다룬 드라마를 기대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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