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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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데이빗 프랭클
배우: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 에밀리 블런트, 스탠리 투치, 루시 리우, B.J. 노박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9분
개봉: 4월 29일
리뷰
패션 매거진 ‘런웨이’를 떠난 지 어느덧 20년. 그간 탐사보도를 통해 저널리즘의 가치를 전해온 ‘앤디’(앤 해서웨이)는 올해의 기자상을 수상하는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달랑 문자 한 통으로 해고 통지를 받는다. 한편,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 역시 승진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부정적인 이슈가 터지며 런웨이와 함께 추문에 휩싸인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 이후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을 깊숙이 파고들었고, 미디어 산업에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트래픽이 무엇보다 중요한 지표가 되면서 지면 매체는 위상과 설 자리를 잃어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바로 이러한 트렌드를 배경으로 돌아왔다. 메릴 스트립부터 앤 해서웨이, 에밀리 블런트, 스탠리 투치, 그리고 데이빗 프랭클 감독까지 원년 멤버가 그대로 뭉친 라인업은 전편을 애정했던 관객에게 그 자체로 선물 같다. 실직한 앤디와 위기에 봉착한 미란다가 한 팀이 되어 해체 직전의 런웨이를 살린다는 ‘윈윈’ 서사는 경쾌함과 묵직함을 동시에 잘 살려냈다.
인정과 지지로 꽉 채운 관계성 맛집
영화의 시그니처인 주제곡과 당당한 워킹, 인물들의 스타일링과 룩, 뉴욕의 스트리트와 이탈리아 패션쇼 현장 등은 시각과 청각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여기에 2026년이기에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도 잘 녹여냈다. 예산을 아끼기 위해 로케이션 대신 스튜디오 촬영을 택하고, 인사이트 담긴 기사를 써도 읽어주는 이가 없으면 무가치해지는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예술과 아름다움에 헌신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 등 음미할 대사도 꽤 많이 포진해 있다. 특히 ‘악마’ 자리를 수십 년간 지켜온 미란다가 워킹맘으로서의 어려움과 일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캐릭터에 인간적인 매력을 더하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관계성 맛집이다. 미란다와 앤디의 파트너십은 물론, 미란다를 늘 한 발짝 뒤에서 변함없는 충성심으로 보좌해온 패션 디렉터 ‘나이절’(스탠리 투치)과의 호흡은 여전하다. 나이절과 앤디, 그리고 어느덧 럭셔리 브랜드의 매니저가 된 ‘에밀리’(에밀리 블런트)까지 엮이는 인물들의 앙상블은 극의 재미를 더한다. 단순한 경쟁과 성장을 넘어, 서로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이들의 관계는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의 온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20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만드는 배우들의 호흡을 흐뭇하게 지켜보게 된다.
순해진 악마와 안일한 해법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우선 미란다의 ‘악마성’이 많이 희석되었다. 예전 같은 독설과 안하무인 격인 태도보다는 자제의 미덕을 보여주는데, 시대상을 반영한 변화라 할지라도 특유의 카리스마가 떨어져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악마적인 매력에서 오는 쾌감을 그리워한 관객에게는 다소 심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요 인물들이 런웨이를 지켜내는 해법 역시 상당히 안일하다는 인상을 준다. 런웨이의 새로운 사주인 ‘패션 고자’ 오너(B.J. 노박)에 맞서, 구원투수로 등장하는 유력 여성 인사(루시 리우)의 개입은 설정이나 그 과정 면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미디어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긴 했으나 그 깊이가 피상적이라는 점도 아쉽다. 그럼에도 한층 깊어진 연륜을 뿜어내는 메릴 스트립을 필두로, 다시 돌아온 멤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즐거운 재회임에 틀림없다.
2026년 4월 29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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