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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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준익
배우: 정진영, 이정은, 변요한, 박지연, 강형석, 박정윤, 박세준, 박지윤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47분
개봉: 9월 9일
리뷰
“잘하면 칭찬드릴게요. 못하면 벌점이에요. 벌점 10점이면 이혼이에요.” 입맛 까다로운 남편 ‘하응’(정진영)의 삼시 세끼를 40년 동안 차려온 아내 ‘순애’(이정은)가 어느 날 갑자기 ‘요리백지증’에 걸린다. 국이나 찌개가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하는 하응은 요리를 전혀 할 수 없게 된 아내를 위해 난생처음 부엌에 들어간다. 평생 집밥을 받아먹기만 한 ‘요린이’ 남편의 첫 도전 메뉴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된장찌개다.
세로로 마주한 얼굴, 더 선명해진 정진영·이정은의 연기
고리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아버지의 집밥>은 이준익 감독이 처음 도전한 숏드라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한 끼 식사를 매개로 부부와 3대 가족의 관계를 풀어낸 따뜻한 웃음과 공감의 드라마’다.
이 영화의 가장 두드러진 형식적 특징은 모바일 시청 환경에 맞춘 세로형 화면이다. 가로로 넓은 공간과 풍경을 담는 일반적인 극영화와 달리, 세로로 긴 프레임은 인물의 얼굴과 몸을 화면 중심에 또렷하게 세운다. 주변 정보가 줄어든 만큼 배우의 표정과 말투, 작은 몸짓 하나에도 시선이 강렬하게 집중된다. 이준익 감독은 이러한 특성을 적극 활용해 하응과 순애가 마주 앉아 밥을 먹고, 남편이 차린 음식을 아내가 평가하는 순간의 미묘한 감정선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정진영은 평생 부엌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가부장적인 남편이 서툴게 요리를 배워가는 과정을 능청스럽게 표현한다. 잇따른 실수가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는 한편, 한 끼를 직접 준비하며 아내가 감당해온 노동과 수고를 뒤늦게 깨닫는 변화에는 과장되지 않은 진정성이 묻어난다.
이정은의 생활감 넘치는 연기도 단연 빛난다. 남편의 음식을 맛본 뒤 “칭찬드릴게요”, “벌점이에요”라고 말하는 순간, 장난기와 통쾌함 뒤로 오랜 세월 쌓인 서운함이 묻어난다. 평생 남편에게 평가받던 아내가 그의 밥상을 역으로 심사하는 관계의 역전도 유쾌한 재미를 선사한다. 다정한 미소를 짓다가도 단 한마디로 하응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표정과 말맛은 인물에게 집중하는 세로형 프레임 안에서 한층 더 생생하게 살아난다.
젊은 시절의 하응과 순애를 연기한 강형석과 박정윤의 호흡도 풋풋한 활력을 더한다. 두 사람이 가정을 꾸려가는 모습은 과거의 생활상과 당시 부부에게 요구됐던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환한다.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중장년 관객에게는 자신의 젊은 날과 부모 세대를 동시에 떠올리게 하며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한 끼를 차리며 달라진 부부, 3대가 발견한 집밥의 가치
이야기의 중심에는 요리를 시작하며 달라지는 하응이 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는 이유로 집밥을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던 그는 직접 재료를 손질하고 국과 찌개를 끓이면서 한 끼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필요한 시간과 정성을 비로소 깨닫는다. 하응의 요리 실력이 나아질수록 일방적으로 밥을 요구하고 차려주던 부부 관계 역시 서로의 마음을 깊이 살피는 방향으로 변해간다.
서사는 노부부에서 첫째 아들 ‘명복’(변요한) 부부와 둘째 아들, 그리고 손녀 ‘도혜’(박지윤)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살아가는 첫째 부부와 어린 시절의 집밥 트라우마로 혼밥을 즐기는 둘째는 같은 울타리에서 자랐음에도 밥과 가족에 대해 서로 다른 기억을 품고 있다. 집밥을 국이나 찌개가 반드시 놓여야 하는 한 상으로 여기는 아버지 세대와 맞벌이·외식이 익숙한 자녀 세대의 차이 역시 매우 현실적인 공감대를 만든다.
손녀 도혜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집밥의 진정한 가치를 직관적으로 전하는 인물이다. 손수 만든 음식이든 냉동식품이든 배달 음식이든, 중요한 것은 음식의 형식이 아니라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즐겁게 먹는 시간 그 자체다. 도혜의 시선을 거치며 집밥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완성되는 밥상이 아니라, 서로의 안부와 마음을 나누는 정겨운 자리로 의미를 넓힌다. 익숙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특정 세대의 향수에만 머물지 않은 점도 <아버지의 집밥>이 지닌 큰 미덕이다. 부모 세대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온 밥상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고, 자녀 세대에게는 돌봄과 가사 노동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여기에 어린 손녀의 시선까지 더해져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의 가족과 식탁을 떠올릴 만한 따뜻한 가족드라마를 완성한다.
숏드라마 특유의 스피디한 전개와 세로형 화면을 극장에서 경험한다는 점도 색다르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대형 스크린에서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아버지의 집밥>은 오는 9월 9일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하며, 이후 숏드라마 플랫폼 레진스낵에서 1부가 9월 17일 오후 5시, 2부가 9월 24일 오후 5시에 순차 공개된다.
2026년 9월 8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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