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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과 컷 사이, 더 짙어진 우정과 그리움 (오락성 6 작품성 6)
룩백 | 2026년 10월 7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배우: 데구치 나츠키, 마키타 아쥬, 나나세 후리, 오카다 로카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시간: 100분
개봉: 10월 8일

간단평
학교 신문에 네 컷 만화를 연재하는 초등학생 ‘후지노’(나나세 후리)는 친구들의 칭찬 속에 자신의 그림 실력에 한껏 자신감을 키워간다. 그러던 중 등교를 거부한 채 집에서 지내는 동급생 ‘쿄모토’(오카다 로카)의 만화가 나란히 실린다. 정교한 그림에 자극받은 후지노는 더욱 악착같이 그림에 매달리지만,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실력 차에 결국 펜을 놓는다. 졸업식 날, 담임의 부탁으로 졸업장을 전해주러 쿄모토의 집을 찾은 후지노. 그곳에서 자신을 동경해왔다는 쿄모토와 처음 마주하고, 두 사람은 함께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룩백>은 <체인소 맨>의 후지모토 타츠키가 2021년 발표한 143페이지 분량의 동명 단편 만화에서 출발했다. 기괴한 상상력과 섬세한 감정을 오가고,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후지모토 특유의 작품 세계가 창작에 대한 열망과 질투, 우정과 상실이라는 이야기 안에 응축돼 있다. 143페이지의 단편은 2024년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의 손에서 58분의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됐고, 이번에는 약 100분의 실사 장편영화로 거듭났다. 연출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기대할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원작을 크게 뜯어고치기보다 그 안의 여백을 좀 더 촘촘하게 채운다. 후반부의 ‘만약 그때 달랐다면’이라는 변주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흔드는 독특한 구성은 그대로 가져가되, 원작의 한 컷과 컷 사이에 상황과 대사를 보태 서사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한밤중 무릎까지 차오른 눈길을 힘겹게 걸어 편의점에 도착한 후지노와 쿄모토가 공모전 당선 소식을 확인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유리 너머로 기뻐하는 두 친구를 한발 물러서 바라보는 카메라가 원작의 짧은 한 컷을 한층 인상적인 장면으로 확장했다.

실사만이 포착할 수 있는 순간들도 눈에 들어온다. 문득 올려다본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눈 덮인 밤길 같은 풍경이 화면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림을 그리는 손과 책상 위에 쌓이는 원고, 나란히 앉아 각자의 그림에 몰두하는 모습처럼 평범한 일상의 순간도 오래 시선을 붙든다.

만화가로 성공한 후지노의 이후 삶도 한층 구체적으로 그렸다. 쿄모토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뒤 작업실에서 어시스턴트들과 원고를 완성해가는 풍경을 통해 성공의 기쁨과 그 뒤편에 어렴풋이 따라붙는 공허함을 살렸다. 스다 마사키가 편집자로 특별 출연해 이 대목에 힘을 보탠다. 새로운 이야기를 대대적으로 더했다기보다 원작의 빈칸을 섬세하게 메우는 방식에 가깝다.

초반부터 관객을 끌어당기는 건 어린 후지노와 쿄모토를 연기한 나나세 후리와 오카다 로카다. 만화 속 인물이 그대로 걸어 나온 듯한 높은 싱크로율에 당차고 귀여운 연기가 더해져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신감 넘치는 후지노와 세상 밖으로 나서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쿄모토의 상반된 매력도 선명하다. 이후 성인 배우로 교체되는 과정도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다만 원작의 이야기와 정서를 충실하게 좇은 만큼 과감한 각색이나 새로운 해석을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 있다. 그럼에도 <룩백>이 지닌 고유한 감정의 결은 여전히 강하다.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그리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에서 오는 후회와 죄책감, 먼저 떠난 사람을 향한 미안함,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아련함과 상실 뒤에 남는 먹먹함. 고레에다 감독은 이런 감정들을 크게 부풀리지 않고 두 사람이 함께했던 순간들 사이사이에 조용히 스며들게 했다.



2026년 10월 7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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