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Music by 랜디 에델만 Randy Edelman
우선 20개씩이나 되는 곡수가 가장 눈길을 끈다. 실제 < 트리플 X > 의 사운드트랙 앨범은 미국현지에서는 2장의 앨범으로 발매되었을 만큼 나름데로 공을 많이 들인 앨범이다. 1번 Disc 는 Rock Version 으로써 “Extream X Sports Game” 중계방송의 백그라운드 뮤직으로나 어울릴법한 하드코어 락 사운드로 채워져 있으며, 2번 Disc 는 Hip-Hop Version 으로써 피부색을 초월하여 미국 젊은이들에게 각광받고있는 흑인음악으로 채워져 있다. 백인을 대표하는 음악인 락 사운드와 흑인을 대표하는 음악인 힘합 사운드가 한편의 영화안에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영화 < 트리플 X > 의 히어로인 반 디젤의 혼혈아 취향의 피부색과 영화 내내 느낄 수 있었던 하이브리드적인 요소가 있었기에 가능한 조화였으리라. 하지만 앨범을 통틀어 영화의 이미지를 부각시켜줄만한 오리지널 스코어 테마송 하나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람스타인 (Rammstein) 의 곡이 본 앨범에 수록되어져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 트리플 X > 만의 음악이 아닌 람스타인의 디스코그라피에 길이 기록될 노래이기 때문이며 추후에 관객들이 람스타인의 곡을 들었을 때 < 트리플 X > 의 관람시 느꼈던 감동을 과연 느낄수 있겠느냐 말이다. 구닥다리 스파이물인 007 시리즈를 대체할 극한의 화려한 차세대 스파이물을 표방하고 있다지만 영화음악만에 있어서는 아직 선배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듯 싶다.
헬로윈 (Helloween) 과 감마레이 (Gamma Ray) 가 누렸던 옛 저머니 락 사운드의 영광을 재현코자 하는 람스타인의 ‘Feuer Frel’ 은 그러나 그들의 평작에도 못미치는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 보니 그들이 지껄이는 독일어 발음은 더없이 부담스럽기 그지 없으며 코러스로 곁들여진 ‘Bang Bang’ 이란 후렴구는 낯이 붉어질만큼 유치하기 짝이 없다. 일렉트릭 사운드의 본류인 유럽 무대가 아닌 미국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테크노 뮤지션 모비 (Moby) 의 작품 ‘Landing’ 도 주목할만 하다. Azure Ray 라는 여가수가 보컬을 담당하고 있으며 유럽의 빅비트 사운드나 유로댄스와는 사뭇 다른 미국인들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소울이나 훵크적인 감각을 적절히 배합하여 앨범내 트랙중에 가장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특히 Azure Ray 라는 미지의 여가수의 매력적인 보컬 사운드가 압권인 트랙이기도 하다. 바로 뒤이어 부쉬 (Bush) 의 리더이자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개빈 로스데일 (Gavin Rossdale) 의 첫번째 솔로 작품인 ‘Adrenaline’ 을 만나볼 수 있다. 그룹 부쉬에서 느낄 수 있었던 아메리카 그런지 사운드의 전례를 충실히 따르고 있으며 역시나 커트 코베인 (Kurt Cobain) 을 연상시키는 보컬역시 여전하다. 10번 트랙에 등장하는 천재 테크노 듀오 밴드인 오비탈 (Orbital) 역시 브랜드 네임에 있어서 전혀 뒤지지 않는 저명 뮤지션이다. 모비와 마찬가지로 미국적인 테크노 사운드를 구사하는 이들의 음악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할만치 이렇다할만한 곡의 기복 없이 진행되어진다. 하지만 오비탈의 참다운 매력이 바로 그것인데 미쳐 자신의 머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그러니깐 부지부식간에) 팔,다리가 흐느적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밝견하게 될것이다.
미국의 신세대 힙합주자로 각광을 받고 있는 남녀 아티스트가 듀엣을 이루고 있으니 바로 넬리 (Nelly) 와 토야 (Toya) 가 그들이다. 백인 래퍼 에미넴 (Eminem) 에게 최고의 자리를 내준 흑인 래퍼의 희망으로까지 일컬어지는 넬리와 하이브리드적인 힙합을 구사하는 여성 래퍼 투야가 함께한 ‘Stick Out Ya Wrist’ 는 이들 두 신세대 래퍼의 매력이 집약된 곡이다. 투야가 신성 흑인여성 래퍼라면 미시 엘리엇 (Missy Elliott) 은 관록을 자랑하는 흑인여성 래퍼이다. 솔로로든 여러 힙합-아티스트와의 공동작업이든 그 거대한 체구와는 어울리지 않게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는 그녀와 최근 음악에서도 사생활에서도 슬럼프를 겪고 있는 퍼프대디 (피디디 Puff Daddy) 가 ‘Lights, Camera, Action!’ 을 같이 부르고 있다. 영화촬영 현장에서 감독의 촬영개시를 알리는 싸인을 제목으로 취함으로써 코믹함을 선사해 주기도 한다. 19번째 트랙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니 스티븐슨 (Dani Steveson) 의 Yo, Yo, Yo 는 앨범내에서 가장 특이할만한 힙합 사운드를 선사해주고 있다. 재지한 감성위에 멜로디 라인은 어느 유럽 소수민족의 전통민요를 듣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대니 스티븐슨의 창법역시 매우 독특하다.
서두에 언급하였듯이 < 트리플 X > 의 사운드트랙 앨범은 흥미롭게도 미국 현지에서 2장의 앨범으로 발매되었다. 국내에서는 국내 영화음반시장의 성격에 맞게 한장의 앨범에 20곡을 정성스레 담아 발매되었으며 곡 리스트에도 다소 차이가 있다. 미국반에는 아이스 큐브 (Ice Cube) 가 부른 ‘Connected For Life’ 가 수록되어진 반면 국내반에는 4 LYN 란 하드코어밴드의 ‘Me Vs. Me’ 가 수록되어져 있다. 아무튼… 영화를 대표할만한 메인 타이틀이 부재하다는 점은 지울수 없는 오점으로 남겠지만 영화 < 트리플 X > 와 반 디젤의 이미지에 잘 부합하는 20개의 잘 정선된 하드락, 테크노, 힙합 사운드로 채워진 본 앨범은 분명 매력적인 음반임에 틀림없다. 특히 2장 앨범의 가치를 지닌 앨범을 한장 각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머니가 가벼운 음악팬들에게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