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을 떨친 연쇄살인범 '신의 손'. 그의 뒤를 쫓던 FBI 요원은 '신의 손'이 자살한 뒤, 그의 형이라고 주장하는 펜튼과 만나게 된다. 펜튼은 어린 시절, 자신과 동생이 사람들을 죽이던 아버지에게 이끌려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를 해준다. 아버지는 사람을 죽이기 전에 꼭 그 사람들의 신체에 손을 갖다 대고는 했다는 점 또한 상기시킨다.
2002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공식 출품 되었던 <프레일티>는 자신도 모르게 부여 받은 능력에 관한 딜레마와 이를 통한 정의의 실현여부에 대한 정당성의 문제를 주제로 하고 있다. <타임 투 킬>, <웨딩 플레너>, <레인 오브 파이어> 등에 출연하며 화려한 명성을 구축하고 있는 매튜 맥커너히가 출연하고 있으며, <타이타닉>, <트위스터>, <버티칼 리미트>등에 출연했던 빌 팩스톤이 주연으로 등장함과 동시에 연출까지 담당하고 있어 특별히 그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매력은 배우 출신의 감독답게 캐릭터들의 개성을 독특하게 살리면서 그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숀 펜의 <인디안 러너>나 케빈 스페이시의 <알비노 앨리게이터>처럼 배우 출신 감독이라서 더욱 잘 그려낼 수 있었던 정교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는 영화를 받쳐주는 유일한 미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하나님의 계시를 들었다고 주장하는 두 사람과 그 때문에 정신적인 충격을 겪어야 했던 한 사람의 갈등은 매튜 맥커너히의 그로테스크한 표정을 통해 섬세하게 살아나며, 아무렇지도 않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하나님의 계시(?)에 따라 움직이는 빌 팩스톤의 자연스러움으로 승화해 영화의 신비스러움을 강조한다.
영화는 뭐 하나 특별히 내 세울만한 매력을 지닌 것은 아니다. 다만 분위기와 배우들의 독특한 캐릭터 그리고 드라마 '엑스 파일'에서나 나올 법한 소재가 관심을 끌고 있을 뿐이다. 내용의 흐름에 임팩트가 약하다 보니 자칫 영화가 지루하거나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다만 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으나 약간의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 몇 차례 반전을 보고 나면 갑자기 머리가 띵해질 정도의 충격과 함께 혼란이 엄습하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길 기다렸던 관객들에게 마지막으로 선사하는 '반전'이라는 선물은 그러나 앞서 보여졌던 맥 빠진 이야기 전개 때문에 그다지 효과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충분히 '반전'이란 말에 충실한 무언가를 보여준다. 이야기에서 속도감과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유기적으로 함께 얽혀드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프레일티>는 매튜 맥커너히가 어떻게 변신을 했는지 궁금한 사람들과 도대체 마지막 반전이 무엇이길래 라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는 이들에게만 조심스럽게 추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