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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의 한계를 넘나드는 색다른 코미디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 | 2002년 12월 11일 수요일 | 이메일

아내가 바람이 났다. 그것도 여자랑! 아내의 기가 막힌 배신에 분노한 남편은 복수하기 위해서 아내가 보는 앞에서 그 여자와 섹스를 한다. 그런데 그 여자가 아기를 가졌다. 이렇게 뒤죽박죽인 가정사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바로 이름도 특이한 영화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가 그 주인공이다.

소위 잘나가는 개그맨 오두찬은 아내 은희가 바람났다는 낌새를 느끼고 그녀의 뒤를 미행한다. 그리고 그는 함께 잠자리에 들어있는 금숙과 은희를 목격하게 된다. 사건은 과거로 돌아간다. 금숙과 은희는 고등학교 동창. 학교에서 알아주던 주먹(?)소녀 금숙은 예쁘지만 그저 철없기만 한, 돈과 물질적인 행복만을 추구하는 은희를 사랑하게 되고, 대책없는 은희의 철없는 행동을 수습하다가 구치소를 들락날락한다. 그리고 금숙이 구치소에 들어간 사이 은희는 돈을 보고 두찬과 결혼을 하지만 출소한 뒤 재능을 살려 태권도장을 차린 금숙과 내연의 관계를 유지한다. 결국 두찬이 이를 알게 되면서 이들은 기묘한 삼각관계에 얽히게 되고 이런 관계 속에서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의 얼토당토 않은 사랑(?) 쟁탈전이 시작된다.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이하 <철.파.태>)는 정말 파란만장한 영화다. 참 이런 상상 쉽지 않았겠다 싶을 정도로 영화는 상상의 한계, 이해의 폭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TV를 떠도는 가십이 이무영 감독의 상상의 나래를 만났을 때 이야기는 우주공간 속으로까지 침투한다. 그래서일까? 그 완성도는 정말 논란의 여지가 많아 보이고 호감도 역시 극단적으로 양분된다.

충분히 컬트적인 요소를 갖춘 <철.파.태>는 일반적으로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사회의 시선을 고려해 약간의 타협을 한 것과 달리 노골적인 장면들을 덮어주기는커녕 더욱 자극적으로 보여준다. TV쇼를 비꼬는 시니컬한 농담 역시 촌철살인의 극치로 부정에 물든 언론인들이 움찔할 정도로 사회비판적인 감독의 페이소스가 짙게 깔려있다. 남다른 점은 이뿐 만이 아니다. 과감한 캐스팅을 두려워하지 않은 <철.파.태>에 건질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은 뭐니뭐니 해도 ‘오두찬’역의 배우 최광일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력과 달리 세련되고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그는 자칫 ‘오버’였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심상치 않은 캐릭터를 무난하게 잘 소화해낸다. TV 프로그램에서 눈물을 흘리며 죄책감을 호소하는 장면에서는 대배우 최민식과 같은 피가 흐르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러나 영화는 관객들의 공유를 흡수하기에는 너무 이질적이다. 이야기 중간에 툭툭 끼어드는 달나라 장면은 유머라고 느끼기에는 너무 부실하다. 2030년의 미래가 마치 어린이용 SF 놀이동산처럼 보이는 것은 이야기가 전부 허구라는 사실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외에는 영화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달나라의 노인이 “지루하냐”고 묻는 것은 관객에 대한 이무영 감독의 염려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위험수위를 오가던 영화는 파란만장한 남편이 성욕을 참지 못해 참외로 자위를 하고 이를 안타까이 여긴 은희가 금숙과 두찬의 잠자리를 오가게 되는 장면에 이르면서 이 영화가 정말 보통사람들의 색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함인지 의심이 가게 된다.

결국 이무영식 설화는 “그래서 세 사람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지나치게 황당하고 지나치게 당혹스러운 결론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와 이성애를 긍정이나 부정이 아닌 담담히 타인의 존재방식으로 봐달라는 감독의 주문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우리의 정서가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3 )
gaeddorai
제목만큼 파란만장하란 말이야   
2009-02-22 21:55
ejin4rang
색다른 코미디   
2008-10-16 15:31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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